박근혜 시대정신 ‘역사바로세우기’ 다양한 의견 수렴해 국민통합 계기 삼아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역사바로세우기’다. 이병도의 <국사대관>은 우리 역사의 대강을 세웠다. 오랫동안 국사학계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오래 근무한 이병도를 자료측면에서 넘어설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일본인들이 숨기거나 일본으로 반출해나간 것까지 꿰뚫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그가 연구하던 때로부터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1971년 백제 의령왕릉이 발굴되어 백제와 왜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1976년 신안 유물선이 발견됨으로써 고려-송-일본의 교류가 훨씬 더 밝혀진 것이 좋은 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앞으로 러시아 학자들의 연구도 좀 더 연구해야 한다.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불경으로 형성된 ‘돈황학’이 중국, 일본보다도 프랑스 학자들에 의해 개척된 것 같이 러시아도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우리가 도달한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이다. 발해는 흔히 사라진 왕국이라 불린다. 그러나 발해는 신라와 더불어 남북조를 이루어 한때 해동성국으로 불렸다. 발해는 신라와는 별 교류가 없었지만, 중국, 일본과는 교류를 활발히 했다. 중국에 남아있는 기록은 별로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일본에는 여러 자료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한사군의 위치에 대한 반론’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재야사학자들은 한사군이 북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북중국과 만주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는 박창암 장군을 들 수 있다. 학계에서는 그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지만 일단 1200 페이지가 넘는 박창암 장군의 논설집을 보고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야사학자와 강단사학자는 서로 백안시하나, 그들은 서로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하여 우리 역사를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역사는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한다. 고구려의 유기, 백제의 백제기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이나 신라가 없애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역사는 기록만이 아니라 고고학, 지리학, 언어학, 민속학, 인류학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역사학자에게는 비교적 근세의 안정복이 22년에 걸쳐 <동사강목>을 꾸린 정도의 진실성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1958년 발표된 천관우의 <반계 유형원 연구>는 군계일학이었다. 천관우가 학자의 길보다는 언론에 종사하다 세상을 뜨는 바람에 실학 연구를 대성하지 못한 것은 유감인데, 1970년 김용섭의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는 거의 그 반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를 넘어서는 연구가 나와야 한다. 학문에서는 특히 플라톤이 말한 ‘동국의 우상’이 횡행하여서는 안 된다. 1986년 브루스 커밍스의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는 자료와 방법론에서 한국학자들이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따라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소련이 멸망하고 자료가 쏟아져 나오자 그도 ‘수정주의의 수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취해야 할 시대정신으로서 ‘역사바로세우기’는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올바른 국사 교과서’ 만들기는 이 바탕 위에서 학생들에게 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국가 사회 지도자들이 모여 결단(決斷)하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충실히 보좌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역할이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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