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혈맹관계가 만병통치약이라고?···SOFA·방위비·F-X 등 이해관계엔 피도 눈물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김대중 정부시절 한국인이 DMZ를 통과하는 문제를 두고 관할권을 가진 유엔군사령관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미국 출장을 가서 럼스팰드 장관을 만나서 구두보고를 하려 했으나 며칠을 있어도 만나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귀임하려 워싱턴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장관이 오라고 했다. “무엇 때문에 왔나?” “한국 정부가 DMZ 통과 문제로 요청하는 것이 있어서…” “DMZ 관할권 문제는 유엔군사령관 관할이니 사령관이 알아서 해!” 럼스펠드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러포트는 본전도 못 찾았다. 한국에서 유엔군사령관은 높지만 미국에서는 수십명 대장 중의 하나다. 미국 사람들이 공적으로 하는 일은 자기들 사이도 거칠다. 서부영화에서 대결하는 방식이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나온다.

이번에 한민구 장관이 당한 것도 이와 같다. “핵심기술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주었고 다시 꺼내지도 말라고 했는데 왜 꾸역꾸역 가져오게 만드는 거야?” 라고 카터 장관이 버럭 화를 냈을 것이 뻔하다. “안되는지 알지만 직접 만나 장관 대 장관으로서 타진해보는 것이 국무위원으로서 도리”라는 것은 우리들 생각이다. “영국에도 주지 않은 기술인데. 이스라엘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한미간의 혈맹관계는 굳건하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나는 양태는 가지각색이다. 이래서 미군을 상대로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 중요하다. SOFA 문제든, 방위비 분담문제든, F-X 문제든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에 피를 말린다. 혈맹관계가 두드리면 뚝딱하고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천안문광장에 시진핑과 같이 서서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며 인민해방군을 열병하는 박 대통령의 자태는 미국인, 특히 군인들의 오장육부를 긁어놓았다. 이런 사태를 외교부장관이나 국방부장관이 예상했어야 한다. 이번 미국의 박대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 운운”의 공자말씀으로서 미국 요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문제는 중국의 눈치만 볼 일이 아니다. 혈맹 미국이 관여되었음은 물론, 우방국 베트남, 필리핀이 관련되어 있다. 분쟁지역에 인공 섬을 만들고 주변 12해리를 영해로 선포한다는 것은 19세기에 영국이나 하던 짓이다. 도무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한중친선우호관계의 범주를 넘어선다.

시진핑을 맞는 영국에서 환대가 극진하다. 시진핑은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검궁에 머물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기회까지도 가졌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비쭉거리지만 영국에서는 ‘샘이 나서 하는’ 비아냥으로 돌리고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은 극진한 환대는 시진핑의 기를 죽이는 연출이다. “세계는 중화문명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는 것을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다. 시진핑은 의회연설에서 박수를 받지 못했다. 2천년 전에 법치를 하였다고 소개했다가 실소만 받았다. 한국이나 중국은 미국, 영국을 상대하는데 있어 더 어른스러워져야 한다.

한일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 갈 경우 북한은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이상 한국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중대한 도전을 해왔다. 집단자위권 법안 강행 때 짐작한 바이지만 이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넓은 시야를 갖는 외교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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