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군 개혁은 실패작···하나회 ‘고교후배’ 국방장관 등용·’무능 정치군인’ 양산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김영삼 대통령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하나회 숙정은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 이어 안병호 수방사령관과 조남풍 1군사령관, 구창회 3군사령관을 경질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해군에서는 김홍렬 소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참모총장으로 지명되자 서열이 앞서는 4명의 중장이 예편하는 요동이 일어났다.
최근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군복을 벗자마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송환됐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으로는 정옥근, 황기철에 이어 세 번째다. 한마디로, 김영삼의 군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20여년 전의 군 개혁을 가까이서 바라본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이렇게 된 연유와 과정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군 개혁을 시작한 장관의 철학과 소신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한 데 있다.
하나회를 잇는 후속인사들이 ‘운이 좋아서’ 빈자리를 차지하였을 뿐이지 개혁을 추진할만한 위인이 못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군이 이 상태에 이르게 된 최종책임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의 역대 통수권자에 있다. 이를 명확히 해야만 개선방법이 찾아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인사의 혼란이다. 함대사령관, 작전사령관을 거치지 않은 제독을 참모총장에 임명하는 것은 사단장을 거치지 않은 장군을 참모총장에 임명하는 것과 같고, 비행단장을 하지 않은 장군을 참모총장에 발탁하는 것과 같다. 물론 김영삼 대통령이 김홍렬 제독을 기용한 것과 같이 파격적 인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이며 위험이 따른다. 특히 대통령이 군을 가벼이 본다는 것이 문제다. “장군, 별것 아니네요” 했던 노무현과 같은 자세는 통수권자로서 빵점이다.
대통령은 김영삼과 같이 대부분 군을 잘 모른다. 하나회를 숙정했다면서 하나회 출신(고등학교 후배 이병태)을 국방부장관을 기용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때문에 대통령은 통수권자 대리인 국방부장관을 고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방부장관을 잘 고르려면 평소부터 언론의 평가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다 보니 장군들이 언론에 눈치를 보는 ‘정치군인’들이 생겨났다. 대통령은 이를 잘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루즈벨트는 제2차대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참모총장으로 마샬을 골랐고, 마샬은 익히 알고 있는 아이젠하워, 브레들리, 패튼을 골랐다. 루즈벨트는 이 이상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대통령은 군인사에 있어 청와대의 참모진보다 정교한 군 자체의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정론이다. 청와대에서 군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것은 권력의 횡포다.
정권이 5년마다 바뀌면서 장군들도 권력을 찾아다니며 정치권은 이를 조장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정치도 군을 훼손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 기업은 정치권을 업고 군 인사에 영향을 미치며, 방산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이는 망국적 먹이사슬이다. 이것을 끊어 내지 않는 한 군 개혁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김영삼의 군 개혁 이래 20여년, 군과 정치권, 모두 전면적인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다시 군의 화두가 되었다.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