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유럽판 9.11테러’, 세계대전으로 확산 막으려면···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3일의 금요일’에 일어난 파리 동시다발 테러는 ‘유럽판 9.11테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차 세계대전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십자군전쟁의 역사와 북아프리카와 중근동의 여러 나라를 식민통치, 또는 위임통치하였던 유럽이 이슬람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9.11 이래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가히 세계대전으로 확대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세계대전에 승리하기 위해 전략을 구상하는데 중요한 것은 우선 적을 확정짓되,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적은 이슬람 국가 전체가 아니라 소수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다. 2차대전에서 독일인과 나치스를 구별해야 되는 것과 같다. 이슬람은 본래 유럽인에 의해 각색되어 있듯 전투적 종교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보면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세계대전은 전면전(total war)이다. 전선과 후방의 구별이 없고, 군대와 민간의 구별이 없다. 평시와 전시의 구별이 없다. 프랑스에서는 2차대전 후 처음으로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었다. 이렇듯 전시에 상응하는 일정한 자유의 제한이 불가피하다.
월남전이 정치전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세계대전은 정보전이다. 이 정보대전은 9.11테러를 겪었고 우방국도 감청하는 정보 시스템인 에쉘린 체제를 갖추고 있는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냉전시기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설정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책이 발전되어 있고 007 영화에서나 볼 수 있듯 끊임없이 이를 발전시켜왔다.
다행인 것은 이번 세계대전에서 러시아, 중국도 중요한 당사국이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아프간에 침공했던 전력이 있고 주변에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국내에도 이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신강 위구르를 강점하고 있는 중국도 같다. 이들은 다 같이 이슬람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오바마와 푸틴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사진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IS 테러에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참여정부에 의해 제출되었던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야당은 국정원의 권한 확대를 우려하여 소극적이며 이에 관한 업무를 미래창조부에 맡기자고 한다. 테러에 대한 세계대전을 주도하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미래창조부를 상대할 것 같은가? 미국은 ‘애국법’,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테러 용의자의 영장 없는 수색과 계좌추적권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가 라팔과 미라주로 시리아의 근거지 라까를 폭격했다. 항공모함 샤를르 드골도 배치한다고 한다. 이처럼 ‘침략자’에 대해 즉각 응징하는 태세를 보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이외에 많지 않다. “위대하지 않은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핵무장을 강행했던 드골 이래 프랑스가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추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법과 군사력을 제대로 갖춘 나라만이 국가의 위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