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EU “무슬림 쫓아내라”···IS 테러, ‘이슬람’ 전체의 소행으로 봐선 안돼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전세계 무슬림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위험하다. 유럽연합(EU)의 중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이를 지양해야 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 중심가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the War on terror)을 전세계에 선포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단어의 힘은 컸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우방국들은 일제히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기 시작했고, 전세계 무슬림들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로 ‘잠재적 테러리스트’란 편견 아래 살아야 했다.

9.11 테러 이후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테러로, 유럽이 ‘패닉’에 빠졌다.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며 국제사회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유럽이 다시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파리 테러 직후 폴란드는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의 이민할당제도가 이번 파리 테러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슬로바키아 또한 “IS가 유럽 이민정책을 이용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S의 테러가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을 통해 활발히 교류해왔던 EU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유럽 극우민족주의자들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무슬림 이민자들을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이민자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진보정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 극우파 정당들도 “근본주의 무슬림들을 모두 쓸어버러야 한다”며 “프랑스 내 모든 이슬람 단체에 제재를 가해야 하며, 프랑스를 혐오하는 외국인 집단과 불법 이주자들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설리반 주미 EU대사는 <포린 폴리시>에 “EU는 극단민족주의로 들끓던 어두운 시절로 돌아가선 안 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최근 프랑스 검찰이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 시신에서 ‘시리아 여권’이 발견됐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선 “해당 여권이 훔친 것인지(가짜)인지 진짜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성급한 일반화나 결론도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난민 대다수는 테러집단의 폭력에 못이겨 도망쳐 나온 사람이다”라며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다. 무슬림 이민자나 난민들이 모두 테러활동과 관계가 있다고 오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터키 유력언론 <지한통신사>의 알파고 시나씨 기자도 자신의 SNS을 통해 테러를 이슬람 사회 혹은 이슬람 문명 등 이슬람 전체의 소행으로 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9.11 이후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무슬림과 비(非)무슬림 간 갈등이 불거졌다”며 “하지만 테러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집단의 소행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이번 파리 테러를 바라보는 이슬람권과 비 이슬람권의 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지난 10월 무슬림 국가 터키에서도 IS가 벌인 폭탄테러로 최소 102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파리만큼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비 이슬람권에선 테러집단이 이슬람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할때 마다 ‘부부싸움이니, 끼어들지 말자’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하다”며 “이슬람 사회도 무분별한 테러행위에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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