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남진정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차이잉원(채영문, 蔡英文)이 중화민국(대만) 총통으로 선출되었다. 차이잉원이 측천무후(則天武后) 이래 중화권 최초 여성 통치자라는 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이것은 흥미 거리 이외에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그의 출신 배경과 성장과정, 메르켈을 롤 모델로 하고 있는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차이잉원이 대만 본성(本城) 출신이라는 점이 우선 주의를 요한다. 대만에는 정성공(鄭成功)의 정복 이전 말레이 계통의 토착민이 있었다. 더욱이 장개석이 대만에 온 이래 외성인과 국민당의 본성인의 관계는 ‘물과 기름’이었다. 그 갈등이 폭발한 것이 1947년 2·28사건이다.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만 2만8천명이라는 이 참변은 1980년 한국의 광주를 훨씬 넘는 것이었다.
따라서 본성인이 중국 본토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은 대륙 출신의 후예와는 다르다. 얼마 전 국민당 명예주석 렌잔(연전, 連戰)이 시진핑을 만나 3차 국공합작에 가까운 논의를 벌였다고 하는데, 정작 대만 국민의 64%는 통일에 반대한다. 특히 20대는 82%가 통일에 반대한다고 한다. 와중에 쑨원(손문, 孫文)의 동상이 끌어내려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과 대만에서 다 같이 국부로 존숭되는 쑨원도 그들에게는 한낱 국민당의 영수(領袖)일 뿐이다. 국공합작은 국민당과 중국공산당(中共)의 합작일 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통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과 같이 대만을 일국양제(一國兩制)로 흡수하려 하지만 대만 국민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이 G2라고 하나 내륙 인민의 생활은 아직도 후진국이며,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은 대만 국민이 중국 공산당의 독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당 정부는 3통 정책(通信, 通航, 通郵) 등으로 중국에 다가가려 했지만, 국민은 경제가 오히려 이로 인해 어려워졌다고 본다. 이번 국민당의 패배도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민진당 비서장은 “국민당 정부는 중국에 접근하는 서진(西進) 일변도였지만 우리는 미국 일본과 우호를 유지하고,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남진(南進)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중화민국으로서는 일대 국책의 전환이다. 시진핑은 아직 관망자세다. 하지만 중국이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한다, 一中各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경우 양안 해협에 긴장이 재연될 수 있다. 시진핑으로서는 이 문제는 북한 핵문제보다 훨씬 위중한 문제이다!
차이잉원이 영국에서 런던정경대(LSE)를 나왔다는 것도 관심을 요한다. 리콴유나 아웅산 수치와 같이 보수당의 모태 케임브릿지를 나온 사람과 달리 차이잉원은 노동당의 본거지라고 불리는 LSE를 나왔다. LSE에서의 수학(修學)은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의해 총통으로 선출되고 입법원 다수당도 확보하게 된 차이잉원 총통의 국정운영 철학과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남진(南進)을 하는 차이잉원의 중화민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화민국이 미국의 ‘아·태재균형 전략’에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로서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대만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기준은 안보와 국익이다. 우리 외교는 더욱 영민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