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박근혜 대통령 전화 안 받는 무례도 ‘만만디’로 용납해야 하나?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월27일자 <중앙일보>에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네 가지로 분류한 글이 실렸다. 요점은 “당과 외교부에서 싱크탱크를 비롯한 학계의 의견을 직접 묻고 있으며, 중앙판공청이 종합하고 있는데, 여러 개의 학계 그룹들이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경쟁하고 있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강(强)은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다. 대북 교역을 끊자고 할 정도로 강경한데, 그들은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예전보다 못하다”며 “국제사회의 단호한 결의를 북한이 깨닫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갸륵한 이야기다. 하지만 온(溫)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보며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연(軟)은 북한에 대해 제한적으로 제재를 하면서도 중국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중도파인데, 한국 언론에 자주 나오는 중국 인민대 시인홍 교수가 대표다.
냉(冷)은 “중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고, 실행가능성이 있어야 유용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무책임하다.
우리가 검토할 가치가 있는 주목할 방도는 연(軟)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중국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제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한계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먼저, 한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제재의 정도와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북한이 중국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며 간과하지도 않는다. “대북 유류공급을 즉각, 전면 차단하라”는 등의 강경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분명한 액션이면 족하다. 그 정도와 시점은 북한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중국이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다.
외교도 정치와 같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는 전쟁에서도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 드문 것처럼 외교에서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52대48은 아니더라도 60대40 정도의 유연성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지금 한국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같은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국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한다면서 사실은 거의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과 일본이 대중 요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학계 의견을 활발히 청취하여 정책 결정에 반영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의사결정이 선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무한정 ‘만만디’여서는 안 될 것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제대로 받는 것은 이런 검토가 없더라도 예의염치(禮儀廉恥)의 기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의 한국국가전략연구원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의 세미나에서 나온 전·현직 한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곰씹어 보아야 한다.
중국은 우선, 한국의 입장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