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의 대만 이야기] 총통 당선 직후부터 양안갈등에 직면한 차이잉원

차이잉원

차이잉원 <사진=AP/뉴시스>

[아시아엔=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주간]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압도적인 지지로 총통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대만은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래 3번째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함께 선거가 실시된 입법원에서도 집권당인 국민당을 밀쳐내고 다수석을 차지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빈부·도농·이념적으로 대립을 보이던 지역적 차이를 넘어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율로 당선됐다는 점에서도 그녀에 대한 신뢰도를 짐작하게 된다.

차이 당선자 본인은 대만 역사에서 첫 ‘마담 프레지던트’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되었다. 4년 전 총통 선거에서 현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에게 분패했던 설욕을 갚은 것이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당시 행정원 부위원장을 지냄으로써 행정 경험도 갖추고 있다. 국립대만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와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법학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국립정치대에서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다.

그러나 나라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승리의 축배(祝杯)를 들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 현실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제난 해결이 시급하며, 외부적으로는 중국과의 양안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대만의 경기 침체가 중국경제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는데서 야기됐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양안문제로 초점이 좁혀지게 된다.

결국 국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도 양안관계의 완급 조절에 실패한 때문이었다. 마잉지우 총통이 2010년 중국과 관세 감면과 서비스시장 개방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는 등 친(親)중국 정책을 가속화해 왔으나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대만 경제의 발목을 잡은 측면이 다분하다. 기업 자본의 대륙 유출이 심화됐고 결과적으로 대만 내에서는 일자리 부족으로 젊은이들의 실업난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경제 문제를 떠나서도 대만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의 통일이냐, 아니면 독립이냐의 논란이 그것이다. 차이 당선자는 이와 관련해 ‘현상유지’ 정책을 통해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왔다. 민진당이 태생적으로 대만 독립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선거 과정에서 가급적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현상유지’라는 게 그동안 국민당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잉지우는 집권기간을 통해 ‘통일하지 않고, 독립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無統·無獨·無武)’ 이른바 ‘3무(三無)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바탕이 ‘하나의 중국’ 원칙 위에서 서로가 중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1992년 공식(共識)’이다. 그러나 차이 당선자는 이 기본 원칙부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티베트와 신장, 홍콩과 마카오의 관할 문제까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마잉지우 총통과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까지 가졌던 것도 국민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한편 민진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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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선거 막판에 뜻하지 않게 쯔위(周子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짐으로써 대만해협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출신 멤버인 쯔위가 한국 텔레비전에 청천백일기를 흔드는 장면이 방영된 것이 빌미였다. 이 장면을 놓고 쯔위가 독립주의자라는 논란이 거세졌으며, 결국 중국 내에서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사태까지 초래되면서 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소감에서도 바로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대해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했다. 중국의 억압은 양안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예측·지속이 가능한 바탕 위에서 ‘현상 유지’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양안정책의 틀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폭풍을 만나 출렁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발표된 성명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활동에 반대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차이 당선자에 대한 축하나 기대의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차이 당선자와 대만독립 논쟁을 일으킨 쯔위에 대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검색을 차단하는 조치가 취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만 내에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국가 정체성 찾기 움직임이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다. 2014년 입법원을 점거했던 ‘해바라기 시위’와 지난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개편을 둘러싼 학생들의 집단적 반발이 그런 사례다. 국호를 ‘중화민국’ 대신 ‘대만국(台灣國)’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차이잉원의 당선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일 뿐이다.

중국의 입장으로서도 대만의 독립 주장에 대한 견제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과거처럼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겠으나 세계적인 대국으로 올라선 마당에 마음대로 무력시위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만일에 사태에 있어서는 양안문제에 직접 개입한다는 방침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만에 무기판매 방침을 발표했던 데서도 미국의 의중이 드러난다.

차이잉원도 집권기간을 통해 지금의 국민당보다는 중국을 약간 멀리하고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더 밀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과연 어느 한도까지 그것을 용인할 것인지가 양안관계의 초점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불황기에 차이잉원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관건이다. 승리의 축배가 순식간에 쓰라린 독배(毒杯)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 지금 대만이 처한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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