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보며 中시진핑 역할 떠올리다···전두환 감싼 레이건이 롤모델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북한이 풍계리에서 인공지진을 일으켰다.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믿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여튼 북한 핵이 한발 한발 전진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북한 핵의 진행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은 1994년이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서거 직전 영변 원자로에 국부 공격(surgical strike)를 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 후 경수로를 지어주니 뭐니 하면서 4자회담을 벌이는 동안 북한은 고비를 넘겼다. 최근 이 희극을 주도하던 윌리엄 보즈워스가 죽었다. 그를 멋지게 농락한 강석주는 북한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가장 망신을 당한 것은 중국이다. 북핵문제를 대응하는데 있어 중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4자회담, 6자회담은 이를 기대하는 데서 출발한다. 문제는 중국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는 제스처는 취하면서도 순망치한(脣亡齒寒) 운운하며 ‘유류 공급 전면 중단’ 같이 북한에 치명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우리가 중국에 바라는 것은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김정은에 ‘다시 생각할 정도’의 압력은 취해야 할 텐데 이마저도 안 하든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든 북한 핵의 진보는 계속된다. 다음 단계는 핵탄두 소형화(SLBM)의 성공이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사출시키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고 핵탄두의 소형화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의 핵전력은 완성단계에 이른다. 미국으로서는 하품이 나는 이야기지만, 북한이 핵 군비통제 협상을 하자고 나올 판이다. 김정은이 7차 노동당 전당대회에 내놓을 메뉴로서 인민, 경제를 아무리 강조해도 이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고 핵전력의 완성이 적격이다.

우리가 북한 핵의 진행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개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킬 체인을 서두르는 것도 시급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군의 전술 핵 재배치다. 문제는 이것들이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의 근본적 해결방향은 김정은 체제의 변화다. 우리도, 중국도, 미국도 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중국의 역할과 기여가 이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이 북한문제를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장성택 등을 활용한 개혁 개방 설득 노력 이상의 더 적극적인 개입(engagement)이 필요하다. 중국도 북한에 질렸다는 변명만으로는 안 된다. 강대국의 잘못된 개입정책의 표본은 카터의 인권외교다. 중국은 레이건이 전두환을 맞아들이듯 김정은을 맞아 어루만져야 한다. 당서열 5위의 유윈산을 보낸 것이 큰 인심 쓴 것 같이 해서는 안 된다. 시진핑이 앞장서서 김정은을 국제사회에 끌어들여야 한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가 핵을 가졌더라면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망상을 깨우쳐야 한다. 김정은의 ‘마음의 고향’ 중립국 스위스가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좋아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최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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