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핵실험 왜 안했나?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전략적 계산(strategic reckoning)은 가정(hypothesis)이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가망성(possibility)에 의존하여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사실(fact)에 기초해야 한다. 대북정책에 있어 확실한 사실 하나가 나왔다. 북한이 10월 10일 핵 도발을 하지 않았다.

서로 계산이 어긋나서 상황이 확대된 史實은 중국의 한국전 개입이다. 유엔군이 인천상륙에 성공하고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을 계속하자 다급해진 중공은 파키스탄 대사를 불러 유엔군이 38선을 넘으면 출병하겠다고 경고했다. 건국 1년이 안 되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세계 최강의 미군을 상대로 전쟁을 할 사정이 아니었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메신저로 고른 이유는, 파키스탄이 영국과 특수관계며, 영국은 미국과 특수관계니 이 경고가 미국에 확실히 전달되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루먼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공의 한반도 침공은 이렇게 하여 벌어진 것이다. 즉 중국은 미국 억제에 실패했다.

이번에 미국은 선제타격론으로 대북억제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은 매우 정교하였다. 우선 미군 최고위장성이었던 멀린 전 합참의장이 선제타격론을 제기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전에 나온 부통령 후보들이 제기했고, 마지막으로 셔먼 유엔대사가 한국에 와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말뿐이 아니다. B1-B 폭격기가 선회하고 있었으며, 항모 레이건 호가 한국으로 향하고, 미군이 네바다 사막에서 핵 폭격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한편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핵은 5차에 걸친 시험을 통해 준비되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성공하였으며, 잠수함은 돈과 시간과 기술이 더 필요하다.

풍계리에는 핵실험을 위한 모든 것이 모여 있어 미군이 공격하기 좋은 표적이다. 김정은의 거처는 공개되어 있고 동선은 항상 추적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99%다. 결과적으로 10월 10일 로동당 창건행사는 조용히 넘어갔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99% 예상했던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즉 미국의 대북억제가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수도 있는 자가 아니라, 자기 죽을 짓은 피하는, 억제전략의 전제가 되는 합리적 계산(reasonable reckoning)을 한다는 증거다.

최측근의 잇단 탈북에 김정은은 초조하다. 이들은 실제로 돈을 조달하던 사람들이다. 개성공단을 통해서 들어오던 자금은 박근혜의 초강수에 막혔고 외국에 나간 노동자 임금 착취도 미국이 송금을 조이고 있다. 중국을 통해서 생필품은 조달이 되겠지만 미사일 개발이나 잠수함 건조에는 외화가 필요하다. 인민들이야 굶어 죽든 말든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리설주나 김여정은 험한 생활에 익숙하지 못하다. 한국과 미국은 더욱 치밀하게 김정은의 돈줄을 조여야 한다. 이것이 대북전략의 중심이다.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북한의 도발은 언제고 이루어질 수 있다.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힐러리나 트럼프 진영에서 모두 “대북 공격, 옵션에서 배제 안 한다”고 나왔다. 특히 힐러리 진영의 커트 켐벨이 든든하다.

그는 한국문제에 정통하다. 북한에 농락당한 갈루치나 힐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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