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란 방문 의미 세가지···신라 경주와 페르시아 그리고 실크로드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실크로드의 종점이 당(唐)의 장안(長安, 오늘의 시안)이 아니고 신라의 경주였다는 것을 주제로 한 행사가 2015년 경주 일원에서 다양하게 개최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신라와 페르시아의 인연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당시 페르시아는 세계제국이었다.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 향가에 나오는 처용(處容)의 이야기, 신라 왕릉 앞의 독특한 장수의 석상은 신라와 페르시아가 당시 당이라는 세계제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연결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도 세계는 오늘의 우리가 놀랄 만큼 다양하게, 활발히 교류하고 있었다.

신라가 당과 연합하여 백제, 고구려를 패망시키고 삼국통일을 이룩했다는 것을 아쉬워하던 것은 초등학교 때의 역사인식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통일 후 신라에 계림도독부를 설치하려던 당을 몰아낸 문무왕의 대당전쟁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부각되어야 한다. 675년의 매소성 전투는 신라가 당군 20만과 싸워 군마 3만필을 뺏은 대승으로 세계 제국이었던 당이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당과 강화한 후, 신라는 세계제국 당의 범위에서 평화와 안정, 문화와 풍요를 누렸다. 불국사, 석굴암 등 경덕왕, 성덕왕 시절의 문물은 이 시절을 증언한다.

당은 오늘날의 미국이었다. 북한이 미국 중심의 세계에 들어오기 위한 필수조건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학생이나 간부에게 영어 공부는 잘 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핵문제는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김정일의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한 6차 당대회 이래 36년만에 7차 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1990년대는 김정일-김일성 체제로 움직여왔다. 결과는? 김일성이 죽게 되는 1994년 무렵 북한은 파탄에 이르렀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되는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5차 핵실험으로 핵 강국을 과시할 것인가? 그렇다면 파탄이다. 그러나 만약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언제까지 세계 흐름에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 적어도 시진핑의 중국을 거슬려서는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는 정도의 계산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세 가지 의의를 갖는다. 첫째, 지금까지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이란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세계에 복귀하고 한국과의 관계강화로 경제를 복구하려는 국가전략이 김정은에 시사하는 것은 충격적일 것이다. 둘째, 이번에 체결된 각종 양해각서는 출발단계이고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계속 진전시켜야겠지만, 제2의 중동 붐을 불러올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셋째는 문화교류다. 핵 제재로 오랜t 동안 세계와 단절되어 있던 이란 사람들은 독특한 한류에 눈을 떴다. 그들에게 한류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매혹이다. 한국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작업이 중국, 베트남에서 활발하다고 한다. 한류를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히잡을 머리에 살짝 두른 박 대통령이 이란인에 다가가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외교는 서로 국익을 다투는 치열한 노림이기도 하지만 그 바닥에는 역시 인간의 마음을 녹이는 정성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38%로 급등하였다. 총선을 즈음하여 박 대통령에 대해 얼어붙었던 국민의 마음이 녹기 시작하였다.

안보, 경제, 문화가 상승작용을 하여 나라의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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