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식’ 용산공원 개발···이명박의 서울숲·청계천 정비 ‘타산지석’ 삼아야

성수대교 옆에 서울숲이 있는데 과거 뚝섬 자리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사냥하던 곳에는 독기(纛旗, 원수기)가 걸리는데 여기서 뚝섬이 유래했다. 뚝섬은 일제강점기에는 서울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양수장, 해방 후엔 경마장이 들어섰다. 이명박 시대에 경마장은 과천으로 옮겨가고 서울숲이 들어섰다. 이명박의 청계천 정비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울숲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데 가보니 청계천 정비에 못지않다.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평가는 과히 후하지 않지만, 서울숲을 보면 서울시장 이명박에 대해서는 날로 새로워질 것 같다.

서울숲은 공산품처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숲은 조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최초 구상은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꿈꾸었다고 한다.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그 자리에 Central Park를 조성하여야 될 것이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용산공원화 사업은 2022~2027년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공개한 용산공원 조성 구상안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 용산공원 사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서울시민이다. 서울에 용산공원이 남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청일전쟁 때 조선에 진주한 일제의 조선군사령부가 주둔하던 곳에 6.25 후에는 미군이 들어섰고 세종시 이전 후에도 국방부는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해서 그나마 유지된 것이다.

국토부는 국립과학문화관(미래부), 국립여성사박물관(여성부), 아리랑무형유산센터(문화재청),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호국보훈조형광장(보훈처), 스포테인트먼센터(문체부), 국립어린이아트센터(문체부) 등 7개 기관이 제안한 8개의 박물관·문화시설을 짓겠다고 한다. 국토부 안은 중앙 부처들의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는 방식으로 결정된 듯하다. 급기야 서울시가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한 양상으로 난개발 훼손이 우려된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용산공원 지역에서 오래 동안 근무해온 사람으로서 이 귀중한 국가적 자산이 어떻게 운영하는지 관심과 우려가 컸는데 결과는 최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하는 일이 신통한 일이 별로 없지만 이것은 최악이다. 그동안 대통령이든, 총리든 누구라도 이런 관료주의 편의적 발상을 지도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면 외국인에 자신 있게 보여줄 만한 게 없다. 세계를 경영했던 영국, 프랑스 등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빈약한 유물 유산도 여러 곳의 지방 국립박물관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용산공원을 이렇게 국토부 공무원들이 설계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세계인이 찬탄하는 파리의 샹제리제는 나폴레옹 3세의 작품이다. 오사카성은 풍신수길이 쌓았다. 수원 화성은 정조대왕 작품이다. ‘용산공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대통령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구상단계이니 이 단계에서 일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용산공원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한글박물관으로도 충분하다. 공간은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비워야 아름다워진다.

1천만 서울시민이 미세먼지 걱정이 없는 하이드파크, 센트럴파크를 선물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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