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도박 정운호 법정시비 ‘게이트’ 사법개혁 계기 삼아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박근혜 대통령이 고집한 세종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딱한 일이지만 두고 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문제로 로스쿨이 있는데, 세종시 문제와는 달리 이 문제는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로스쿨은 도입 때부터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토론으로는 끝장이 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론이 아니라 현실,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판사, 변호사를 거쳐 현재 로스쿨 교수로 있는 분이 내린 결론 “로스쿨은 실패다”라는 견해에 동조하고 싶다.
고려는 기본적으로 귀족국가였다. 왕건은 지방 호족을 결혼으로 우군 세력화하고 그들 자제들을 등용하는 음서제(蔭敍制)를 활용하였는데 6대 성종에 이르러서야 송나라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과거제를 정립하였다. 반면 조선은 초기부터 철저한 관료제 국가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과거에 목을 걸었다. 3년에 한번씩 있는 식년시에서는 33명만을 뽑았다. 당쟁과 부패로 나라를 망국으로 몰고 간 양반도 이처럼 엄격한 과거를 거친 엘리트였다. 과거에도 대리시험 등 부정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과거제 자체를 불신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로스쿨이 도입될 때 그 발상과 의도는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자.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1년에 아주 적게 잡아도 1000만원대 이상 든다. 가처분 소득 중 이 정도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학부모가 과연 몇 퍼센트인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재가 ‘개천에서 용 나는’ 길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노무현이 그처럼 과격하게 저항하던 불평등의 표본 아닌가? 사실상 법조인이 되는 첫 단계인 로스쿨에 입학할 때 부모의 직장, 직위-대법관, 검사장 등등-를 밝히는 것이 왜 허용되고 있는가? 오늘의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조선의 과거보다 못하게 전형(銓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해외 원정도박을 한 정운호의 법정 시비를 둘러싸고 오가는 추태는 게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사장을 지낸 변호사와 부장판사와의 로비 실상이 폭로되고 있다. 문제는 변호사의 홍수다. 과거에 매년 수백명 수준이던 고시합격자가 요새는 1000명 이상 나오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변호사가 이미 1만2000명인데 로스쿨을 통하여 연간 1500명씩 쏟아져 나온다, 로스쿨 졸업자가 7급 공무원을 지원하는 현실이다. 이건 고시 낭인이 수천명이 된다고 하여 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할 때의 폐해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판사, 검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늘려야 할 텐데 좀처럼 늘리지 않는다. 법조계는 폭주하는 업무에 시달리는 대법관을 늘리는 것도 반대다. 변호사들은 소송인을 부추겨 걸핏하면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의 상소를 제한하는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선거법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처리하는 문제도 시간이 걸려 임기가 한참 지나서야 재판이 끝난다. 의원 한명 유지에 연간 수억원의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낭비와 부조리가 어디 있는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일을 “어쩔 수 없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불만과 혼란, 국가적 비능률이 여기서 야기된다. 국회가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에 귀를 기울여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가 되고 있는 현실은 어떤 방법으로든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