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서 한국의 생존전략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세기말 청의 황준헌(黃遵憲)은 “조선이 러시아의 남침을 막으려면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방(聯美邦) 하라”고 조언하였다. 말은 그럴 듯하나 중국인이 제시하는 대전략이니 속내는 중국에 유리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헨리 키신저, 조지프 나이 등도 미국 입지와 이익을 중심에 놓고서 한국에 조언하기 마련이다.
역사와 지정학은 전략의 기본이다. 21세기 우리의 생존전략이 지금까지 연미화중(聯美 和中)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연미연중(聯美 聯中)으로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아무리 중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가 칼을 가는 사이인데 이들과 모두 동맹을 맺는다는 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히틀러와 스탈린이 서로 칼을 갈고 있는 가운데 천연덕스럽게 맺은 ‘독소불가침조약’의 결과를 보라.
동북공정이란 무엇인가? 한족에게는 수와 당이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입은 치욕은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뿌리 깊은 것이다. 이를 지워버리고자 하는 것이 동북공정의 저변에 깔려 있는 진면목(眞面目)이다.
말과 글을 없애버리는 것이 중국의 티베트, 위구르, 몽골에 대한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티베트는 불교를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고, 위구르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공화국, 외몽골은 러시아를 인방(隣邦)으로 가지고 있다. 시진핑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는 1차대전이 일어날 당시의 유럽과 같다는 말은 미상불(未嘗不) 맞는 말이다. 중국 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나들고 있다. 센가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일 간 연평해전과 같은 충돌의 가능성은 언제고 열려 있다.
한국과 일본 관계 역시 만만치 않다.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고 교과서에 명기하겠다는 것은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는 독일이 통일되는데 민첩하게 움직인 겐셔와 같은 외교의 달인을 필요로 한다. 공산권의 해체를 맞아 북방외교를 개척한 노태우 정부와 같은 민첩한 외교적 기동이 필요하다.
이승만 대통령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였겠는가를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이승만의 그때보다도 10배는 어렵다.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에는 미국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전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얻어낸 이승만 대통령의 분전(奮戰)에 관해 잘 그려져 있다.
모름지기 한국의 정치가, 군인, 외교관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배워야 한다. 반민특위 무력화와 독재정치와는 별개로 말이다.
연미(聯美)를 기반으로 화중(和中)과 친일(親日)을 아우르는 외교가 국가전략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