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무모하고 현명치 못했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91년 11월 8일 노태우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을 하면서 “북한도 우리와 함께 핵재처리시설 및 농축시설의 보유를 분명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12월18일엔 남과 북이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된다는데 뜻을 같이 하는 ‘핵 부재 선언’을 했다.
바로 이튿날인 12월19일에는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잠정협정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남북기본합의서)와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사용하며 이를 위해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발효됐다.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성급하게 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두환 정부의 성립에 대한 레이건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핵과 미사일에 있어 한국은 미국이 하라는 대로 발가벗겨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전문가들은 피를 토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한국의 비핵화선언을 서두른 것은 이런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른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우리는 당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라 북한이 취하는 조치를 보아가며 단호한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사정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를 대며 대응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사드 배치 소동에 놀란 사람들이 전술핵이 들어왔을 때 큰 소동이 날 것을 우려한다. 쓸 데 없는 걱정이다. 사드와 마찬가지로 전술핵이 들어올 때 국민과 외국에 일일이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
NCND는 이때 필요하다. 상대에 무기 배치를 일일이 알리는 나라는 없다. 주권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승인 내지 동의를 받아야 할 것 같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1993년 북한은 NPT를 탈퇴했다. 神의 한수였다. 이제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국제적 레짐은 없어졌다. 그러나 북핵을 저지할 수 있는 카드로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남아 있었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적절하고 단호한 조치가 따라야 했다.
미국을 위주로 하는 6자회담이 열렸으나 강석주와 갈루치는 한국을 철저히 빼돌렸다. 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이지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희한한 언설이 공공연히 오갔다. 평생을 민주화운동만 해온 김영삼 대통령은 여기에 대처할 머리가 없었다. 지침을 줄 수 없는 것은 물론, 판단도 결심도 할 수 없었다. 이와는 반대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없다는 취임연설이 나왔다.
미국 전문가들은 서울에 핵이 투하되면 20만이 죽느니, 200만이 죽느니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는 청와대에서 1마일 안에 있다. 이에 대한 공격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다. 북한이 미국 영토를 공격하고 미국 시민을 살상하는 것에 미국 전문가가 이처럼 태평할 수가 있는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키신저와 같은 외교전문가일 따름이다. 베네트 박사와 같이 안보를 걱정하는 전략가라면 다르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은 이상과 목표로서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 선언이 북한에 의해 철저히 유린된 상황 하에서는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할 수 있고, 또 반드시 취해야 한다.
전술핵 배치를 둘러싸고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잠꼬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