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노태우·김대중 정부 ‘대북 전략’ 벤치마킹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북한이 3일 오후 6차핵실험을 또다시 강행했다. 함참은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 제안을 무시한 채 ICBM급 탄도미사일과 더욱 위력이 강해진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엄중히 규탄한다”며 “한미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강력한 한미연합군의 대응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라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막무가내식 핵실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청와대·국방부가 치열하고도 면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주 전술핵 배치를 둘러싸고 정경두 합참의장의 국회 증언이 있었다. 정경두 의장은 “비핵화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에 전술핵 배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실망스런 답변이다. 장관과 의장의 증언을 위해서는 국방부와 합참에서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반드시 청와대 안보실과 조율해야 한다.
과거 우리 정부의 ‘안보정책조정기구’는 노태우 정부 시절 국방대학원 교수 출신의 김종휘 수석과 군·정보·외교·통일 등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임동원 수석의 김대중 정부에서 체계화되어 있었다. 현재 정의용 실장 체제는 아직은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군의 입장이 분명하다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중심이 돼서라도 안보정책 구조를 이끌어야 할 것인데 아직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전술핵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치 전략적 논리와 경과를 꿰뚫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전술핵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이유와 경과를 우선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노태우 시절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당시 너무도 급박하게 비핵화선언을 했다. 그 후 한국은 △핵의 생산 △배치 △운용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반면 북한은 NPT에서 탈퇴한 이후 독자 핵무장을 서둘러왔다. 미국은 전술핵도 ㅇㅇ기지에서 철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의 레드라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은 지가 한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 저지를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고백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적에 대해서나, 우군에 대해서나, 국민에 대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뾰쪽한 능력이 없을수록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 문재인은 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정의용 안보실장과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미국의 비핵화 정책은 세계전략이다.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대부분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이 테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이탈리아·터키에는 미군의 전술핵(180기)이 배치돼 있다. 북한 핵이 레드라인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도 면밀히 보아야 한다.
한국에 핵개발을 허용치 않는 미국의 정책은 완고하다. 때문에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감이지만, 이것은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가고 있다. 나토처럼 한국과 미국이 공동사용권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합참의장이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국 핵과 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반대는 극렬하다. 특히 아인혼이나 로리스처럼 정책을 입안했던 실무자들은 완강하다. 그러나 최고위층 결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은 럼스펠드 장관의 판단과 결심에 따른 것이었다. 최근 미국은 미사일 지침의 미사일 중량을 500kg에서 1000kg으로 상향하려고 한다. 전술핵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보아야 한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과 해군총장 출신 국방장관과 공군총장 출신 합참의장, 대사 출신 안보실장이 최선의 조합으로 위기에 처한 안보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