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훈민정음, 박두성의 훈맹정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1월 4일은 훈맹정음이 반포된 날이다. 대부분에게는 생소한 날이다. 1926년 송암 박두성(松庵 朴斗星)이 한글점자를 창안, 반포한 날이다.
한글 점자는 훈민정음만큼 과학적이고 사용하기에 쉬었다. 일반인에게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한글점자로 공부한 박사도 있다. 시각장애인은 자기들끼리는 ‘눈 먼 사람’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눈먼 사람이 수십만명이다. 나면서부터 눈이 먼 사람은 많지 않은데, 사고와 노년에 시력이 약해져서 눈 먼 사람이 의외로 많다.
송암은 눈먼 사람들에게는 세종대왕이었다. 훈맹정음은 송암의 지극한 애민정신(愛民精神)의 발로였다. 송암은 강화도 교동에서 났다. 강화도는 섬이다. 교동은 강화도에서 다시 바다를 건넌다. 교동에 좌초된 선교사로부터 기독교가 일찍부터 전파되었다. 송암의 애민정신은 기독교에서 왔다.
송암은 딸 정희(貞禧)에게 점자를 익히게 해서 성경을 비롯해 많은 책을 찍어냈다. 지금도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눈뜬 사람 가운데 자발적으로 훈맹정음을 익혀 봉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두 지극한 사랑의 정신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봉사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사람이 많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적지 않지만 충분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복지 선진국은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송암처럼 진정한 애민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을 하는데 먼저 소리로 바꾸고 그중에서 문자를 찾아 소통한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매우 복잡할 것이다.
세계는 오늘날 한글을 인류 최고의 문자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훈맹정음도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