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 무술년 떠오르는 영국 상징 ‘불독’

윈스턴 처칠 <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처칠은 정치가, 군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화가였다. 그의 책 <폭풍의 한가운데> 몇 구절이다.

···초조한 가운데 나는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의 오른쪽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놀랍게도 내가 그토록 찾았던 서류가 안전하게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던 것이다. 손안에 다시금 그 서류를 거머쥔 나는 깊은 안도와 환희의 한숨을 한참 동안 내쉬었다.

롤린스 사령관은 바위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무리 위기가 닥쳐도, 아무리 큰 전과를 올려도, 제아무리 심각한 재앙이 닥쳐와도 그는 전혀 위축되거나 흥분할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분위기를 침착하게 이끌어 나가면서 절대 허세부리지 않는, 전형적인 영국사람 시골 신사였고 스포츠맨이었지만, 군사적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인물이었다.

독일제국이 안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은, 직업에 관한 전문지식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군 지도자들이, 국가의 모든 정책에 관하여 조정자로서 행세할 수 있었던 데 있었다. 프랑스의 민간정부는 전쟁 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어둡고 처절했던 시기에도, 국가 존립의 뿌리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항상 국정운영의 최고기관으로 기능해왔다.

영국에서는 의회의 기능이 거의 중지된 상태였다. 언론은 스스로를 ‘군인들’이라고 부르던 장군들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나 영국에는 강력한 정치 계급제도와 서열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들이 일단 자신의 존재를 걸고 문제해결에 나설 경우, 여하한 고급장교와도 정면으로 맞붙어 꺾을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민간의 요소가 워낙 막강한 나라라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미숙한 군부의 실력자들을 키워주고 북돋아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였다···.

간략하면서도 正鵠을 찌른 중진의원 정동영 의원의 추천사도 逸品이다. <폭풍의 한가운데>는 ‘처칠의 젊은 날의 기록’이다.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 되기 전에 쓴 글들을 모은 이 수상록은 ‘준비된 영웅’의 소박하면서도 품격 있는 인간의 모습, 뛰어난 역사기록자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명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고비고비에서 전체를 통찰하는 안목으로 온갖 고난과 역정을 극복한 야전군 사령관의 지혜,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긴박한 조크를 건네는 거인의 여유, 과학문명의 발달을 예측하고 인류가 갈 길을 제시한 지도자의 혜안,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어떻게 삶을 즐길 수 있는가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친구같은 편안함까지, 그야말로 이 책은 폭풍의 시대를 살아간 거인의 풍모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영국인들이 그를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추켜세우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무술년(戊戌年) 원단(元旦)에 영국을 상징하는 불독(bull dog)을 연상케 하는 처칠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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