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의 옥스포드 졸업식 축사 “결코 포기하지 말라!”
윈스턴 처칠(1874-1965)이 옥스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되었을 때 위엄 있는 차림으로 담배 파이프를 물고 식장에 나타났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천천히 모자와 담배 파이프를 연단에 내려놓았다.
청중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의 입에서 나올 근사한 축사를 기대했다. 처칠이 입을 열었다. “포기하지 말라!”(Never give up!) 힘 있는 목소리로 첫마디를 떼었다. 그러고는 다시 청중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청중들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Never, never, never, never, never give up!) 처칠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일곱 번의 “Never give up” 그것이 축사 전부였다. 청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사실 이 박수는 그의 연설보다는 그의 포기를 모르는 인생에 보낸 것이었다.
이처럼 처칠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제2차세계대전의 전세를 역전시켜 결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잔인한 현실이지만 삶은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다.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한계와의 싸움이며, 부단한 도전들과의 싸움이다.
한 어머니가 계셨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인이며, 부인 홍라희씨의 아버지(홍진기)는 1940년 경성제대 법학과를 나온 법조인이다. 1958년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였고, 4·19 때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1961년 12월, 홍진기의 어머니 허씨 부인은 며느리를 불러 말했다. “아가야, 미안하다. 모든 게 내 책임이다. 이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와 남편이 사형선고를 받았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 나 또한 아들이 죽을 목숨이 되었으니 더는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다. 냉수 한 그릇 떠오너라.”
며느리가 물을 떠오자, 허씨 부인은 쪽 찐 머리를 푼 다음, 가위를 꺼내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 머리카락은 네가 간수해라. 그리고 앞으로 7일 동안은 나를 찾지 말아라. 나는 이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죽을지라도 7일이 지난 다음에 이 방문을 열어라. 7일이 지나 내가 살아있을 때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허씨 부인은 눈물을 짓고 있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단정히 앉아 ‘관세음보살’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날 정오였다. 라디오에서 “홍진기가 사형을 면했다”라는 특별뉴스가 흘러나왔다. 며느리가 허씨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어머님! 아범이 살아났습니다. 사형을 면했습니다.” “아, 그래. 이제 다시 내 아들이 되었구나.” 그런데, 허씨 부인 앞에 놓여있던 물은 처음 그대로였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7일 동안 ‘관세음보살’과 영주(靈呪)·청정주(淸淨呪)를 염송(拈頌)하였던 것이다. 오로지 아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의 정성과 기도였다.
사형을 면한 홍진기는 1964년 중앙라디오방송 사장, 중앙일보 사장, 동양방송 사장을 지냈고, 1980년 중앙일보사 회장이 되어 1986년 별세 때까지 재직하였다. 하늘에 사무치는 한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과 기도에 진리께서 감응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기도는 강력하고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 몸은 소우주와 같다. 우리 몸에는 과학적으로도 증빙된 22g의 영(靈)이 있다고 한다. 이 ‘영’은 평소에는 가슴 속에 숨어있다가, 어떠한 강력한 충격이나 감동, 극한상황에 이르면 그것이 우주 한 바퀴 정도 돌 수 있는 에너지를 발현한다는 것이다.
허씨 부인의 지극한 정성이 하늘을 뚫어 그 위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이런 것 아닐까 한다. 필자가 젊어 한참 곤경에 처했을 때다. 도무지 도움을 청할 곳도, 어둠에서 벗어날 희망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진리에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전북 격포에 원불교의 해상 훈련원 연꽃섬(荷島)이 있다. 연꽃처럼 아름답고, 영험이 있다는 아담한 섬이다. 죽기를 한정하고 특별기도에 돌입했다. 밤 10시 정각 법당에 홀로 앉아 깊은 선정(禪定)에 들었다. 3일째 밤이었다.
하섬 훈련원 건너편 성전마을부터 음산한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자, 그 기운은 엄청난 무리의 새떼였다. 나를 덮치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액운을 물리치는 청정주(淸淨呪)를 목청껏 염송하였다. 어느 순간 새떼는 물러가는 것이었다.
4일째 밤 기도를 마치고 혼자 묵고 있는 방갈로에 돌아왔다. 창문 밖으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지끈 뚝딱!’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창밖의 거대한 나무가 부러지며 방갈로를 덮쳤다. 아침에 눈을 뜨고 살펴보니 필자의 숙소 방갈로만 말짱하게 눈부신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얼른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간밤의 처참한 광경을 느낄 수 있었다.
승리는 누구의 것일까? 포기하지 않는 자의 몫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일까? 포기하지 않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