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중국이 두려워하는 나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은 은(銀) 3억량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강화조약 체결을 위해 시모노세키에 온 이홍장을 일본 청년이 저격하였는데 국제적으로 물의가 일자 일본이 1억량을 감해주어 청은 2억량만 지불하였다.
“이홍장의 귀가 1억량”이라는 이야기의 유래다. 일본은 이 막대한 배상금으로 삼국간섭을 주동한 러시아를 격파하기 위한 러일전쟁을 준비하였다.
1969년 중국은 아무르강의 작은 섬 진보도(珍寶島)에 진입하려다 소련군의 물량작전에 녹았다. 이 양상은 흡사 1939년 관동군이 노몬한에서 소련군에 혼난 것과 같았다. 소련군을 지휘한 주코프는 1초에 1㎡의 공간에 두 발의 총탄이 지나가면 死地가 된다는 계산으로 일본군에 가공할 화력을 퍼부었다. 구식의 돌격전법으로 일관한 일본군은 현대전에 준비된 소련군에 낭패(狼狽)하여 1941년 진공방향을 남방으로 돌려 대동아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중국은 베트남에 개입했다가 지지부진했다. 백전연마(百戰鍊磨)의 월맹군이 자기 영토에서 싸우는 전쟁에 들어간 경적(輕敵, 상대하기가 만만한 적)은 등소평으로서는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이 섣불리 북한에 진입하려다가는 베트남에 당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래 기본적으로 서방에 대해서는 공포가 있다. 미국에 대한 공포는 소련군에 당했던 것과 같다. 1951년 춘계공세를 막기 위해 밴플리트 8군사령관은 거의 무한정으로 포탄을 퍼부었는데 이것이 의회에서도 문제가 된 ‘밴플리트 탄약량’이다. 백마고지 전투에는 23만발을 사격했다. 동부 1군단을 지원하는 미주리함에서 사격하는 16인치 포탄 한발 값은 당시 캐딜락 한 대와 맞먹었다. 미군의 막강함은 걸프전에서 중국에 다시 실감나게 다가왔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멀다. 시간은 중국에 거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도 키신저와 같이 노련한 듯하나 중국에 이용만 실컷 당한 책사가 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 이용당했음을 깨달았다. 트럼프는 신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반하는 방향에서 기존 세계질서를 흔드는 국가로 규정했다. 동시에 이들의 도전을 강력히 견제하여 안보와 경제에서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중국은 냉전적 사고라고 비난하면서도 당황하고 있다. 이 사태는 시진핑 등이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悔)의 유훈을 거슬려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MD와 한미일 연합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삼불(三不)에 중국은 무척 반기고 있다. 미국에 대한 원천적 공포를 줄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은 경제적 압력으로 문재인을 충분히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이 북한의 혈맹 중국에 무른 것은 친북정부가 들어섰을 때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한국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하는 일을 한국이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은 체험을 통하여 미국, 일본을 가장 두려워한다.
우리가 중국에 업신여김 받지 않으려면 이 역사적 사실을 잘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