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국가나 개인이나 먼저 덤비면 진다”

등소평과 주은래(오른쪽)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굴기하심(屈己下心)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대하여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잘난 체 하지 않고 늘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겸손해 가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이다. 욕됨을 참고 참회·반성하는 마음이다. 굴기하심은 비굴한 마음이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포무외(大包無外), 즉 우리의 마음이 넓고 커서 어떠한 중생이라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감싸 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요즘 굴기하심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겨 이걸 어찌해야 할지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모임이 있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 꼭 한 사람이 물론 나의 느낌만인지 모르지만, 돈이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눈꼴이 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이 일본의 덕이라고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병탄(倂呑)해 근대교육을 시켰고, 철도를 놓았으며, 산업을 일으킨 덕분이라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경제를 망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한시도 욕설과 불평불만을 멈추지 않는다.

돈이 많은 것이야 자기가 전생에 큰 복을 지어서 누리는 복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거들먹거리는 꼴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 그리고 이미 구한말 시대에 우리는 일본과 합병하기 이전 1885년에 배재학당(培材學堂)과 1886년엔 이화학당(梨花學堂)이라는 신교육이 실시되었고, 그 당시에 벌써 경인선 철도가 개통이 되었다.

산업 발전이라야 대부분 일본전쟁 물자의 조달 때문에 우리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이 정치와 경제를 망쳐 나라가 망하게 생겼으면, 이미 미국에 영주권도 따놨고, 상당한 재산도 옮겨 놓았으며, 자식들까지 다 미국에 자리잡고 살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민을 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면서 나라만 욕하는 것은 도저히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나는 내 자신 꽤 수양(修養)이 된 것 같이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꼴을 봐주지 못하고 속을 끓이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몰라서 그랬겠지’ ‘아직 인격이 모자라 그랬을 거야’ 하면 될 것을 정면으로 표시는 하지 못하고 속으로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마음을 보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슬프다.

개인이나 국가나 먼저 싸우는 편이 진다고 하였다. 최후의 승리는 굴기하심에서 나온다. 지금 미중 무역전쟁이 전입가경(漸入佳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미중 양국의 첨단산업 경쟁에서 출발한 무역전쟁은 서로 상대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등 전면전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

등소평(鄧少平 1904~1997)이 1980년대에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설정했다고 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회(晦)는 그믐의 어둠을 가리킨다. 이 어둠은 중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온 철학이다. 자신이 어둠 속에 있으면 상대방은 나를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안전하다.

이 어둠의 철학은 ‘불칭패’(不稱覇, 패권을 칭하지 말라)라는 마오쩌둥 교시(敎示)로 시작된 것이다. 이후 덩샤오핑이 제창한 ‘도광양회’가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가 됐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불필요한 대외 마찰은 줄여야겠다는 현실론이다.

그런 중국 외교가 ‘노(NO)’를 말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초부터다. 장쩌민 국가주석은 “대국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선언하고, ‘유소작위’(有所作爲)라고 하는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의지로 중국을 변신시켰다. 후진타오 주석 시기엔 한동안 ‘화평굴기‘(和平崛起)가 나오더니,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들어와서는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인들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의 기조를 100년은 유지하라는 특별한 당부를 잊어버린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 미중 무역전쟁의 승패는 어찌 될까? 중국의 패배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시진핑이 대국굴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장기집권이라는 불순한 동기에서 나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굴기하심’(崛起下心)의 중요성은 같다. 굴기하심은 사람을 대할 때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항상 자기의 허물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며, 인내하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데서 굴기하심이 이루어진다.

내 실력도 모르고 오랜 세월 지인(知人)을 탄핵(彈劾)하려 했던 행위가 너무 건방지고 모자라는 만용이 아닐까 하여 부끄럽기만 하다. 누구와 맞서 잘못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싸우려면 우선 내 자신 실력을 기르고 난 연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아직 나는 그처럼 거만의 재산도 모으지 못했고, 그 아닌 꼴을 보고 그냥 보아 넘기는 수양력도 기르지 못했으며, 그 거슬리는 말에도 대범하게 들어 넘기지 못하는 한심한 인품에 진정한 참회와 반성을 한다.

누구나 먼저 싸우고 덤비는 자가 지는 것이다. 잘 참기가 어렵다. 참고 또 참으면 영단(靈丹)이 모이고, 심력(心力)이 쌓여 매사에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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