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정신질환·부정부패·노숙자 없는 나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분심초려(忿心焦慮)라는 말이 있다. “마음속에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치솟아 오르고 초조하고 불안한 생각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여 온갖 근심 걱정을 다 하는 것”으로 번민망상(煩悶妄想)과 같은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화병(火病)이 있다.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통증, 답답함, 불면 등의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는 증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한국의 문화에 관련된 특유한 질환으로 이를 ‘Hwa-Byung(화병)’이라는 한국식 표기로 등재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 고령층에 화가 많을수록 만성질환이 증가한다는 캐나다 컨커디어대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분노와 비슷한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됐던 슬픔은 염증(厭症)과 만성질환 위험과 관련이 없었다고 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메간 발로우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슬픔은 대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체념에서 느끼게 되어 육체적·정신적 쇠약 등 문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분노 또한 노화(老化) 극복 등 삶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동기 유발로 작용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80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분노를 누르는 방법으로 아주 좋은 것이 좌선(坐禪)이다. 좌선을 하면 몸에 있어서 화기(火氣)를 내리고 수기(水氣)를 오르게 하여야 마음도 평순해진다. 그래서 좌선은 수승화강(水昇火降)을 좌선의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좌선을 생활화하여 화기를 내려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몸에 ‘물이 오르면 살고, 화가 오르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좌선에 정진해야 한다.
필자가 오래 전 혼자 티베트, 네팔, 인도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꼭 가고 싶은 부탄은 비자가 나오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부탄에는 없는 것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노숙자와 거지와 고아가 없다. 노숙자나 고아나 거지가 없는 이유는 부탄공동체가 불행해진 이웃을 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도와준다. 그래서 이웃을 버려두지 않기 때문에 노숙자가 없고 고아가 없고 거지가 없다.
둘째, 정신질환자와 우울증환자가의 거의 없다. 우리는 잘 살면 잘 살수록 정신질환자와 우울증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부탄에는 없다. 왜 없을까? 욕심을 안 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심을 많이 낸다. 욕심을 부리다가 뜻대로 안 되니까 우울증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부탄 사람은 분수에 편안하게 지내기 때문에 우울증환자와 정신질환자가 거의 없다.
셋째, 자살자와 범죄자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자가 1등이라고 한다. 사람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경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가 너무 팽만하다보니까 고통스럽고 힘들어 한다. 그러니까 죽으면 고통스럽지 않겠지 하고 가버린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자살자가 없고, 범죄자가 없다. 그 이유는 이생의 삶이 끝나면 내세(來世)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회(輪廻)를 믿는 사람이 자살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남을 해치면서까지 이익을 챙기려들지 않는다. 인과의 이치를 확실히 믿고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부탄의 죄수가 불과 16명이라고 한다.
넷째,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거의 없다. 이 나라 공무원들이 인과를 믿고 공짜로 무엇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인과에는 공짜가 없다는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받으면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부탁을 받으면 언젠가는 내가 또 들어줘야 한다는 진리를 철저히 믿기 때문에 그렇다.
네팔 사람들은 이 네 가지가 없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이들은 단순하게 산다. 그리고 작은 것에 만족한다.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살아간다. 사람들 얼굴에 늘 웃음이 띄어져 있다. 또 천천히 느리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