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우당 이회영과 우남 이승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도박은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인간세상에는 그런 일이 허다하다. 종합예술이라는 정치가 그렇다. 여러 모로 대단한 사람인데 운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이 종종 있다. 대한민국 건국 유공자로서 한때 호남 대통령으로까지 중망을 모았던 소석 이철승(素石 李哲承)이 중도통합론을 주장하다가 야당에서 방축(放逐)되어 대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것이 그 하나요, 김대중 정권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으나 퇴출당한 희대의 풍운아 김종필도 그렇다.
그런가 하면 정치부 기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했던 김영삼은 3당합당이라는 궁색한 방법으로 대권을 거머쥐기는 하였지만 함량미달로 나라를 거덜냈다.(기습과 양동(陽動)으로 진박을 풍비박살낸 김무성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보자!) 이 때문에 박태준 이한동 등 일본 같으면 총리를 하고도 남았을 재목들이 대권 뜻을 접었던 것은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아쉽다. 준비되었으면서 마지막에 운이 따라준 것은 김대중이지만, 그는 호남의 한과 희생에 덕을 본, 지역주의의 산물인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원내각제다. 영국에서는 입후보자를 constituency에서 선정하는데 대개 옥스퍼드 캠브리지를 나온 유망청년들을 면밀히 인터뷰하여 선택한다. 이때 정강정책에 철저한가는 물론 집안의 배경도 철저히 따진다. 영국 사람들은 보수적인 사람들이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경험칙을 믿기 때문이다. 지구당에서 선택된 후보자는 선거 비용을 포함하여 당이 책임지고 당선시킨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 개인보다도 당만 보면 된다. 이것이 정당책임정치다. 중앙에서 당권을 쥔 사람들이 지명(임명)하는 방식은 생각할 수도 없다. 미국의 전국위원회는 각 지역 정당을 연결하는 연락사무소 역할만 맡고 있다. 이 단계에서부터의 기본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허상이다. 보통, 비밀, 직접, 평등선거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민주주의인가? 김무성은 이것을 개혁하려고 하였는데 이한구에 철저히 마크당했다.
각 정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양을 보이려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말뿐이요 진정한 개혁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나가는 아무나에게 물어 보는 것”이 국민경선이라고? 이것이 정당정치고 공천(公薦)인가? 학생운동 때부터 날뛰던 정치공학의 도사들이 정치권을 농락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념이요 전략이다. 나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개념과 전략은 오랜 공부와 경험이 내면화된 사람만이 제시할 수 있고 구현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우당 이회영(友堂 李會榮) 집안에 빚을 졌다’라는 다큐가 방영되었다. 우당에 비해 우남 이승만(雩南 李承晩)의 의의와 가치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있다.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한국 사람에게는 세종대왕, 충무공 이순신이 있는 만큼이나 천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