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교수 “김정은 ‘북한식 개발독재’ 시동”···농업분야 이미 획기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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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교수 신년 인터뷰···“북, 시장개혁 광범위 진행”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2015년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집권 4년차 김정은 체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정은 체제는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매거진N>은 북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를 2월5일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란코프 교수는 인터뷰 이튿날 터키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등 방문일정과 언론사 칼럼 집필 등으로 “너무 바쁘지만, <매거진 N> 인터뷰는 즐거운 맘으로 기꺼이 하겠다”며 응했다.

오랜만에 뵙는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던 것 같다.

“초등학생 늦둥이가 국제학교 다닌다. 등록금과 학비가 워낙 비싸 돈이 많이 든다. 전에는 쓰고 싶은 대로 썼는데 요즘은 솔직히 글을 써야 아이 교육을 시킬 수가 있다.(웃음) 게다가 러시아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절반 가까이 수입이 줄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타임스 등 국내 언론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매체에 ‘수도 없이’ 칼럼을 쓰고 있다. 아이 교육시키고 생활하려니 어쩔 수 없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만 3년이 지났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기본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친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재주가 많았던 사람이다. 김정일은 2000년대 초부터 그냥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 집권 초기부터 가만히 살고 싶은 인물이었다. 물론 김정일도 북한이 자발적으로 시장화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장이 보이지 않게 사회를 잠식하면서도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20년 정도는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0살쯤 무렵 김정일은 자신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향후 20년은 더 안정되고 유망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숨진 후 등장한 김정은 그럴 수가 없다. 그가 자신의 부친처럼 가만히 있을 경우 15~20년 안에 체제가 무너지고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체제를 바꾸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너무 위험한 시도를 시작했다.”

김정은의 어떤 시도가 그렇단 말인가?

“김정은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살아남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싸워봄직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김정은의 선택이다. 내가 자주 드는 예가 있다. 바로 북한체제를 암환자에 비유하는 것이다. 말기 암환자의 경우 수술을 받으면 죽을 가능성은 70%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수술하는 도중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오랫동안 살 수 있다. 또다른 방법으로 약물치료가 있다. 약을 먹으면 암세포를 죽이면서 5년 정도 후에 죽게 된다. 여기서 기본적인 변수는 환자의 나이다. 나이가 젊은 사람은 수술을 해야 한다. 암환자의 수술과 나이를 갖고 생존가능성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김정은은 항암수술을 할 이유가 있는 젊은 나이다. 북한체제가 수술을 한다면, 즉 개혁을 한다면 살 가능성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전방 GDP초소 너머로 보이는북한 협동농장

최전방 GDP초소 너머로 보이는북한 협동농장 <사진=신화사/뉴시스>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인데…

“최근 들은 정보에 따르면 북한에서 상당한 시장개혁 조짐이 보인다. 그 첫걸음은 2012년 6·28조치였다. 이 조치는 사실상 2013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6·28조치란 김정은이 2012년 6월28일 내놓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 확립에 대하여’로 앞서 그해 4월6일 제시한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방향을 보완한 것이다. 6·28조치는 “국가의 계획적이며 통일적인 지도 아래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 등 단위별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독자적 경영목표를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한 전략을 세운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이는 대내개방 노선 즉 공업과 농업부문의 자율성 확대와 공업분야 조치로 국가가 기업소에 생산을 위한 초기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에 자율성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에 기업소나 협동농장 등 경영활동에 제기되는 여러 문제의 자체 처리에 대한 권한을 확대했다. 이 조치로 지금까지의 계획경제의 전통방식과 달리 기업의 경영전략을 중요하게 고려한 조치다-편집자) 이 조치는 농업부문에서 협동농장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대3의 비율로 나눠 농민 몫을 보장하는 생산물 분배할당제다. 기존의 10~25명의 규모인 분임조 규모를 축소하고 가족단위로 나누어 사실상의 사유재산제에 대한 욕망을 반영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일차적으로 계획생산분을 달성하면 농장분조가 3, 정부가 7을 갖게 되고 초과분은 모두 농장분조가 소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볼 때 획기적인 발전이다. 이제는 현재 5~7명의 분조가 같이 일하고 30%를 받는다. 옛날처럼 모든 것을 배급하는 식이 아니다. 조선시대 노비처럼 양반이나 지주가 옆에 없으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아니라, 소작농처럼 됐다. 그래서 열심히 일한다.”

작년 가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곡물 수확이 좋았다고 한다.

“북한농업이 좋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잘못된 예측이었다. 평년보다 늘었다. 가뭄으로 모두 걱정했는데, 농민들이 열심히 일한 덕택이었다. UN 세계식량계획(WFP)이 현장조사를 못해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신뢰할 만한 자료를 인용하면 520만톤 규모다. 10만톤 정도 늘었다. 지난해 북한은 5·30조치를 통해 농민들에게 종전 수확량의 30%가 아니라 60%를 주겠다고 했다. 이틀 전 중국 심양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그 60%를 70%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들었다. 물론 잘못된 보도일 수도 있으나, 최소 60%는 확실하다. 그러면 사실상 세금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득세는 4분의1 정도 내니까, 자본주의 사회의 세금 정도만 내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북한은 말로만 협동농장 간판을 그대로 걸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70년대 말 중국과 아주 유사하다. 모택동 이후 등소평이 등장한 바로 그 시점에 북한이 지금 와 있는 것이라고 본다.”

농업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공업은 어떤가?

“공업부문은 5·30조치에 따라 관리자, 지배인, 사장 중 한 사람은 옛날처럼 국가에서 시키는 걸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필요한 부속품을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마음대로 팔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수출도 가능하다. 노동자를 마음대로 고용할 수도 있고 퇴사시킬 수도 있다. 사장처럼 말이다. 월급, 북한말로는 생활비도 맘대로 준다. 올해부터 시작하는데, 사실상 시범공장은 2013년말 이미 생겨났다. 이 공업부문의 전체 기본임무는 박봉주 총리가 맡고 있다. 북한 광부의 경우, 3만원, 4만원, 10만원을 버는데 북한에선 큰 금액이다. 장사 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 일반인보다 광부 가족들이 더 잘 산다. 이들이 캐낸 석탄은 중국으로 팔려간다. 석탄 국제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돈을 잘 번다. 이것이 바로 시장화 덕분이다. 과거 시장화는 지하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밖으로 나왔다.”

북한 무역은 어떤가? 특구가 셀 수 없이 늘어가고 있다.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구를 많이 만들고 있다. 원래 개성과 가동하지 못한 신의주 등 3곳이 있었는데 요즘 22~23개까지 계속 늘리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몇 개월마다 또 생긴다. 외자 유치 대상국가는 중국이 중요하다. 북한에 투자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물론 중국과 관계가 많이 나빠져 중국이 기피하는 면도 있지만 북한은 중국의 투자를 유치할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1월13일 김정은 북한 최고사령관이 참모들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고 있다.

1월13일 김정은 북한 최고사령관이 참모들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시스>

란코프 교수께선 어느 칼럼에서 김정은 정권이 진짜 북한식 개발독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썼다.

“그렇다. 북한 김정은은 북한식 개발독재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생각엔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정은의 개발독재는 필요악이다. 아마도 흡수통일단 덜 나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개발독재는 동아시아에서 하나의 발전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는 유럽만큼 경제가 발전했다. 세계에서 선진국 혹은 중진국으로 올라선 지역은 유럽과 동아시아뿐이다. 미국은 사실상 유럽에 속했던 지역이다. 이같은 성공을 이룬 이유는 개발독재 때문이다. 반대로 필리핀 사례를 보자. 이 나라는 1940년대 이후 30여년간 다른 아시아 지역보다 제일 잘 살았다. 그런데 그토록 잘 나가던 필리핀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졌다. 내가 보기엔 민주주의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이뤄지려면 높은 소득, 높은 교육 수준, 그리고 어느 정도 발달된 시민사회 등이 있어야 하는데 필리핀은 이것이 없으니 내부갈등이 쏟아져 나오고 결국 좌초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생과 불편만 야기한 채로 말이다.”

란코프 교수께선 북한의 개발독재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보는가?

“남한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개발독쟁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남한의 경제성장이다. 개발독재의 시도는 북한의 체제유지와 혼란, 흡수통일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앞으로 ‘북한식 장개석’ ‘북한식 등소평’ ‘북한식 리콴유’가 되면 좋다고 본다. 나도 개발독재에 대해 마음 속에선 비판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건 필요악이다. 지금 아주 조금 희망이 생겼지만 지나친 희망을 걸면 안된다. 왜냐? 아직 성공 가능성이 별로 없고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이 겁먹고 아무 때나 그만둘 수도 있다. 사실상 절대군주 독재체제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북한사회 내부에서 남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확산되는 것은 북한 권력기반을 파괴할 우려가 높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자신에게 불리하고 유감스러운 소식들을 더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쇄국정책을 많이 강화하고 있다. 국경 관련 여러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남북 공동협력을 할 경우에도 북한 당국은 국내에서의 남한 관련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칠 것이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 같은 특정 지역에선 남북교류가 가능하지만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으며 북한사람과 자유롭게 얘기할 수도 없다. 남한사람과 몇마디 대화만 나눠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이 정권을 무섭게 여기지 않는다면 정권안보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한이 성공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상당히 많은 교류를 할 수도 있다. 또 가끔은 남북긴장을 고조하기 위해 도발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문제는 돈이다. 개발독재로 나가기 위해 핵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간 평화적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남북긴장 역시 계속 될 것이다. 북한은 개발독재를 바탕으로 고도경제 성장을 이룩할 경우 핵무기를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왜냐? 보이지 않는 도전과 위협이 국내(북한)에서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와 북한 내부문제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보나?

“알기 쉽게 리비아의 카다피를 예로 들어보겠다. 그는 지지세력이 없지 않았다. 카다피는 거의 1년 동안 싸웠다. 그의 패인은 프랑스와 미국 등의 서방국의 보이지 않는 간섭 때문이었다. 서방국은 적어도 리비아가 공군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반란군에게는 무기를 포함해 여러 지원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서방세력의 압력과 간섭 그리고 반란군에 대한 무기지원이 없었다면 카타피가 이겼을 수도 있다. 북한은 여기서 많은 교훈을 배웠다. 국내반란이 생길 경우에도, 핵무기가 있으면 남한이나 미국같은 외부체제가 간섭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핵무기는 북한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세상에 자기 권력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권력층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인민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자기 맘대로 죽일 것이다. 베트남이나 중국같은 대표적인 개발독재국가에서 한국의 전태일 분신사건 같은 일이 생기면 훨씬 많은 희생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인터뷰 말미 기자가 푸틴 딸과 한국인 윤아무개씨가 결혼해 폴란드에서 산다는 데 사실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정말인지 모르지만, 모른다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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