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보내며] (1)최승우 장군 “청년시절부터 감사하는 맘 키웠으면”

2014년 갑오년이?스무날?남짓 남았습니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여느 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숱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2014년을 보내며 각계 인사들의 경험과 지혜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 글들을 통해?새해맞이에 보탬이 되면 더할 나위 없는 좋겠습니다.? <편집자>

나는 내 출생을 기적 중 기적이라 여기며 나아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일상의 내 마음가짐은, 내 기준으로 현실이 비록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여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만큼은 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내 삶 속에 자리잡아 왔다고 본다.

이와 함께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는 습관을 통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현재, 과거, 미래에 대한 단순한 생각보다는 그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사실들에 대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서로 연관도 시켜보고 이를 기준으로 예측도 해보며 나름대로 심사숙고해 왔다. 왜냐하면 “과거는 기억된 현재이고, 미래는 기대되는 현재”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지난 일들은 모두 현재로 이어지는 전환점이거나 현재로 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일찍이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고민으로 여겼던 문제들도 지금 되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현실을 적극 수용하고 보다 좋은 변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내 생각과 기준만으로 판단했던 현실의 불만족이나 불행이 미래의 ‘행복의 씨앗’일 수 있고 또한 현실의 행복도 장차 ‘불행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교훈으로 깊이 간직해 왔다.

누구나 한 치 앞 미래를 모르고 살고 있지만 ‘현재와 과거의 삶’을 잘 알고 있음은 과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과거’, ‘미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즉 통상적으로 ‘미래는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래’지만 현재와 과거 관계에서는 ‘현재가 과거의 미래’가 되기에 나는 ‘확실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래(사실은 과거의 미래인 현재)를 찾아보는 습관을 가져왔다. 그래서 삶을 통한 나의 깨달음은, 과거 어떤 출발점도 모두 현재로 이어지고 진정 미래로 지향하는 ‘현재가 있기 위한 과정’임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어나게 되어있다는 생각을 오랜 동안 해왔기에 내 경우, 현재 맞이하는 현실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현실을 겸허히 수용하고 내 기준으로 불만족스런 어떤 경우일지라도 ‘이것이 내게 주어진 나의 인생길’이라고 만족하려는 습관 내지 자부심까지도 간직하게 되었다.

내가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시하게 된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선물로 본다. 계산이나 어떤 대가없이 베푸는 것이었다. 내 뜻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고 흡수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보람있고 그렇지 않고 반사된다면 무의미한 것이기에 특히 인간관계에서 신뢰하는 상대와는 진정한 우정을 교류함으로써 내 마음의 안정과 정신건강을 보다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평생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몸의 때는 별로 신경 안 썼지만 내 마음의 때를 없애는 데는 집중적인 노력을 하게 되었다. 과거엔 건강을 위한 신체 근육 강화에 지나칠 정도로 전념했지만 최근 들어 특히 무형의 가치인 마음의 근육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각자가 노력하는 모든 일이 자신을 위한 일이겠지만 막상 자신의 존재가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자칫 잊기 쉽다. 그러나 병원 중환자실에 한번이라도 가보면 누구나 겸손해지며 스스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각자 살아가면서 좋은 날이란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좋은 날들이다. 반면 무심한 불평 짜증은 불운과 불행을 동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소위 ‘생각’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비교적 많이 해왔고 과거 군 생활에서는 ‘생각할 줄 아는 군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찍이 인식했다고 본다. 그래서 진정한 강군 내지 강한 조직육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간, 노력 및 인내가 요구되는 ‘자율적 복종심 유발’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단순히 즉석 효과는 있지만 생명력이 짧은 ‘타율’보다는 ‘자율’이야말로 일단 궤도에 올라 정착되면 강병육성의 굳건한 기초가 확립된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단순히 부려먹기 좋은 기계화된 인간보다는 깨어있는 자율적 복종심으로 어떤 위기에도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원으로의 육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평소 조직관리와 지휘통솔 면에서 이를 역점 실천했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에서 신뢰의 생명력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나는 ‘이런 저런 나의 생각과 행동’이 감사하게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유전인자 덕분임을 알 수 있었기에 소중히 잘 간직해왔고 후천적으로도 이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자신에 대한 성찰과 교육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랜 군 생활 중에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기본자세 그리고 자칫 무시하기 쉬운 하급자들에게 대한 언행도 각별히 유념하는 기본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 피부나 육체의 상처는 약 바르거나 수술로 치료되지만 마음 상처는 일평생 품고 가야하는 치유하기 어려운 무형의 깊은 상처이기에 역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해 왔다.

일상의 삶속에서 누구에게나 고통과 번민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생각, 즉 사고는 인생을 좌우하는 근원이고 시발점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보편적으로 나쁜 사람 따로 없다고 하겠지만 나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상존한다. 쉽게 말해서 나쁜 생각은 나쁜 사람으로 이어지기에 항상 좋은 생각을 견지하는 일상생활 속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내 양심의 벽을 넘어 침범하는 각종 나쁜 생각들과 투쟁도 많이 해왔지만 평생 끊임없는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다. 내 마음 속에는 본의든 아니든 항상 상반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흑백의 갈등,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싸우고 있다. 내속에서 나 자신의 싸움들은 인간의 본질이며 양과 음의 법칙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20대 젊어서부터 인생 좌우명을 ‘나 자신을 알자’로 정했다. 이는 소크라데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그냥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내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며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소크라데스와 제자 간의 문답에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화가 있다.

“선생님은 자신이 누군지 아십니까?”라고 묻자 소크라데스는 “알기는 알겠는데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답을 했다. 이제 그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겠다. 그래서 철학의 시조 탈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아는 일이다”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맞이하는 현실을 항상 겸허히 수용하고 만족하며 ‘이것이 바로 나의 인생길(This is my way)’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 더욱 감사하며 생활하려 한다. 지금까지 내 몸에 체화돼 온 이 ‘감사하는 삶’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지키며 평생 실천해 나가야 할 나의 소중한 가치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승우(73) 전 예산군수(2006.7.1~2014.6.30)는?육사(21기) 출신으로 육군소장 을 끝으로 군생활을 마쳤다.?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시절이던 1993년 봄 일어난 이른바 ‘하나회 문건’에 이름이 올라 직위해제되고 무보직 상태로 있다가 1995년 6월30일 전역했다.?이후 성천문화재단 이사와 세종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으며?고향 예산에서 직선 군수를 두번 역임했다. 육사 생도대장 시절이던 1987년 12월 제14대 대통령선거 때 생도들이 신문구독과 텔레비전 뉴스 자유 시청 등을 통해 자율투표를 하도록 보장해줘 당시 3, 4학년이던 육사 43기, 44기의 명예동기생으로 추대됐다. 17사단장 시절에는 전입 및 제대 사병들을 일일이 면담하며 격려하고 사병들이 가장 귀찮게 여기는 낙엽청소에 대해 “낙엽을 밟으며 인생을 한번 생각해보라. 그 시간에 내무반에서 쉬든지 독서를 하도록 하라”며 ‘낙엽쓸기 사역’을 못하게 하는 등 부하 사병들과의 소통을 매우?잘한 장군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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