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칼럼] 굽은 지팡이에 똑바른 그림자?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듯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이는 목민관(牧民官)이 갖춰야 할 리더십의 근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외람되지만 나는 군 지휘관 시절부터 줄곧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실천해 오고 있다.

‘동물의 세계’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들의 교육은 철저히 멘토링(Mentoring)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자, 호랑이, 곰, 독수리 같은 동물들은 어미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배운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술과 용맹성 등을 어미에게서 배우고, 그 다음에는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독립, 성장해 나간다.

인간도 기본적인 심성은 피붙이인 부모와 가족에게서 물려받고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리더십은 타고난 선천성과 교육을 통한 후천성에 의해 성장, 발전하는데 이런 과정은 대대로 이어져 나간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그 스승에 그 제자란 말이 있듯이 위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부모, 선생, 선배 등 좋은 리더의 영향력은 현재는 물론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다양한 인간교육 성과는 기본적으로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 등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리더십은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끌고 나가는 기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은 무엇보다도 리더의 도덕성을 중요시 한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다산 정약용이 청렴(淸廉)과 자애(慈愛)를 리더의 첫 번째 자질로 꼽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팡이가 굽으면 그 그림자는 결코 똑바를 수가 없는 법이다.

“난세(亂世)의 영웅이요 치세(治世)의 성군”이라는 옛 말이 있다.
시대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이 달라서 나온 말이다.
권력투쟁이 중요한 시대에는 온갖 역경을 이기고 권력을 장악하는 영웅이 돋보인다.
그러나 지금 같은 지방자치시대에는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지방자치에는 생활 밀착형 행정이 필요하다. 갈등을 부추기고 승부를 즐기는 검투사형 리더십보다는 반대자들까지 포용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목민관형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시에도 무조건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 일변도의 조직관리는 생명력에 한계가 있다.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와 철학, 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물려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과 비전으로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지도자, 상하 간 소통이 가능한 섬김과 설득의 조직문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여 총화단결의 열정으로 묶어낼 수 있는 목민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가면서까지 조직을 강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생명력이 없다. 군불군 신불신(君不君 臣不臣)이라고 했다. 지도자가 지도자답지 못하면 신하다운 신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선은 언제나 머리 부분부터 썩어 악취를 풍긴다. 반면 몸통이 바르면 그림자는 절대 굽을 리가 없다.

청렴과 자애를 바탕으로 하는 목민관의 리더십이야말로 평생 행동하고 실천하고 노력해야 할 소중한 덕목이요 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