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 한 눈에 읽어주는 한 눈에 읽어주는 편지이고 싶어라 적벽돌 담장 너머 번지는 라일락이고 싶어라 # 감상노트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아기자기하지만 누군가에게 ‘꽃물 편지’를 쓴다면
Category: 오늘의시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다같이 춤을 추자 해ㅅ님이 웃는다” 太阳依然在欢笑 让我们唱起歌谣 跳起翩翩之舞
해ㅅ비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해ㅅ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수대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해ㅅ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비행기 “소리를 지른다 숨이 찬가 봐” 那是因为身体过重 在不停喘气的缘故吧
비행기 머리의 프로펠러가 연자간 풍차보다 더― 빨리 돈다. 땅에서 오를 때보다 하늘에 높이 떠서는 빠르지 못하다 숨결이 찬 모양이야. 비행기는―― 새처럼 나래를 펄럭거리지 못한다. 그리고,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버선본 “쓰다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娘 我不懂 我扔掉的铅笔头儿 你存着究竟何用
버선본 어머니! 누나 쓰다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습자지에다 내 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 걸. 어머니! 내가 쓰다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오늘의 시] ‘시인과 사람’ 김영주 “시인은 가고 없어도 그 말씀은 남았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안아주고 싶지만 좋은 시를 쓴 사람은 업어주고 싶다시던 시인은 가고 없어도 그 말씀은 남았네 안아주고 싶도록 좋은 사람 많은데 업어주고 싶도록 좋은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빨래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仿佛在探听衣物之窃窃私语
빨래 빨래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칠월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晾衣风景 搭在晾衣绳上的白色衣物 垂落着长腿摆出了个大字 仿佛在密谈午后的窃窃私语 7月里天上的骄阳只似火 遣来道道烈光围住了晾衣绳 仿佛在探听衣物之窃窃私语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편지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姐 因为我听说过 你永别了我们之后 一人前往的那世间里 不会出现一场雪景
편 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부치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밤 “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 夜重归于 寂静之梦乡
밤 외양간 당나귀 아 당나귀 소리에 으―? 등잔에 불을 다오. 아버지는 당나귀에게 짚을 한 키 담아주고, 어머니는 애기에게 젖을 한 모금 먹이고, 밤은 다시 고요히
[오늘의 시] ‘부패의 향기’ 박노해 “기왕 썩는 것 돈과 힘의 심장부까지 썩어라”
한참 신문을 보는데 창살 너머 아침 마당가 두엄더미에서 모락모락 훈김이 오른다 거름 내음이 그리 싫지 않다 무엇이든 잘 썩으면 저렇게 미래의 향기가 난다 큼직한 신문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황혼이 바다가 되어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 暮色如海 汹涌而来 骤然淹没昼间之一切
황혼이 바다가 되어 하루도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 잠기고… 저, 웬 검은 고기떼가 물든 바다를 날아 횡단할꼬. 낙엽이 된 해초 해초마다 슬프기도 하오. 서창에 걸린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그 여자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今日 秋风又如期飘来
그 여자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 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 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记一位 少女 开花于同一株树
[오늘의 시] ‘고물자동차’ 홍사성 “시동을 걸 때마다 엔진이 켁켁댄다”
언제부턴가 자동차가 이상하다 벨트를 교환하면 오일이 새고 시동을 걸 때마다 엔진이 켁켁댄다 가끔씩 타이어도 펑크다 정비사 말로는 연식이 오래되면 다 그렇단다 폐차할 때는 아니니 고쳐가며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오줌싸개 지도···”그때는 그랬단다, 만주땅으로”
오줌싸개 지도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쏴서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간 아빠 계신 만주땅
[오늘의 시] ‘국가에 대한 사유’ 김영주 “국민연금이 머지않아 연금폭탄이 된다는데”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아흔아홉 도구들이 아흔아홉을 거머쥔 일 프로의 사용자를 받들고 먹여 살리는 불가사의한 조직체 # 감상노트 하나 밖에 없는 몸뚱이가 소스라친다. 쓰다 버려질
[3.1운동 100주년 윤동주 시선] 비애 “이 젊은이는 피라미드처럼 슬프구나” 年少但一腔悲愁 如一座金字塔般古老
비애 호젓한 세기의 달을 따라 알 듯 모를 듯한 데로 거닐과저! 아닌 밤중에 튀기듯이 잠자리를 뛰쳐 끝없는 광야? 사람의 심사는 외로우려니 아― 이 젊은이는 피라미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