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우 칼럼] 고려장과 요양원
[아시아엔=남문우 전 대전지검 홍성지청장] 요즈음 내 귀에 자주 들려오는 말이 요양원(療養院) 이야기여서 기분이 안 좋다. 10여년 전에는 평소 정정하던 고등학교 동창이 요양원에 들어가더니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에는 대학 동창이 한달에 1500만원의 요양비를 내며 1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절친한 친구 부인도 4년째 식물인간으로 요양원에 누워있다. 30년 전 홍성에 와서 마음 맞아 매일 만나던 친구도 요양원에 들어가 면회도 할 수 없다.
요새는 요양원 말고도 노치원(老稚園)이라고, 노인을 위한 요양기관이 새로 생겨나 유치원 같이 노인들도 아침에 데려다가 한데 모아놓고 놀게 한 후 저녁 때 집에 보내는 제도가 생겨났다. 노인을 돌볼 수 없는 가정을 위하여는 다행한 일이다. 내개는 요양원 하면 우울해지고 슬프게 하는 요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서민들이 가는 요양원은 시설이 부실하고, 냄새나고, 불친절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름과 달리 요양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죽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병원에서 못 고치는 노인들이 일단 요양원에 들어가면 살아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다.
자식들이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보지 않으려고 서로 미루다가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길이 요양원 행이기도 하다. 지금의 요양원이 옛날 고려장과 무엇이 다른가?
고려장과 관련하여 이런 설화가 있다. 아들이 어머니를 꽃구경 가자고 꾀어 어머니를 등에 없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가면서 솔잎을 꺾어 땅에 뿌리며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이 “어머니 지금 무엇 하신대유?” 묻자 어머니는 “아들아 이따가 집에 갈 때 길 잃을까 걱정이구나!” 하였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소리꾼 장사익이 부르는 ‘꽃구경’의 가사에 잘 표현되어 있어 들을 때마다 눈물 흘리게 한다. 아들은 어머니를 산중에 버리러 가는 데도 어머니는 불효자인 아들을 미워하거나 원망은커녕 오히려 아들이 길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핵가족시대인 지금 자식이 하나둘 혹은 여러 명이더라도 각자 생업 때문에 부모가 늙고 병들면 돌볼 자식이 없다. 자식이 여럿 있더라도 효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어 부모 돌봄을 미루다 형제자매간 우애만 상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자식들이 있다 하더라도 늙고 병든 부모들은 요양원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요양원은 지난날 고려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우리 늙은이들은 자식들 권유에 따라 요양원에 들어가느냐, 독립해서 사느냐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늙은이들은 요양원에 안 가고도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후준비를 철저하게 하여 자식들에게 손 벌리거나 짐 되지 않고 요양원에도 안가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첫째 육체적인 자립이다. 죽는 날까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유지한다. 양발 들기, 목을 돌리는 도리도리 운동, 걷기, 무릎 들어올리기 등을 하여 기초체력을 기른다. 또 눈 감고 한발로 30초간 서기 등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 낙상사고를 예방한다.
둘째로 정신적 자립이다. 치매와 우울증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물과 국을 말아먹는 습관을 버리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다. 이와 함께 아래와 같은 것을 매일 실천한다. △일기쓰기 △새로운 것 배우기 △머리를 써서 생각하기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기기 △친구 만나기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자주 웃기 등이다.
셋째로 경제적인 자립이다. 돈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자식들에게 의지하거나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인 능력은 있어야 한다. 가난한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된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들 형제간에도 서로 부모 모시기를 미루다 자식간의 우애도 나빠진다.
우리 노인들은 이제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죽을 일만 남았다. 사람의 연령은 자연연령, 건강연령, 정신연령, 영적연령이 있다고 한다. 자연연령은 늙었지만 건강연령이나 정신연령은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몸에 맞는 운동을 하고 많은 친구를 만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인생은 예습도 복습도 없다. 한번 지나가면 그뿐이다. 나는 현재 자연연령은 91세지만 정신연령이나 건강연령은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2021년 7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제 한방 안 맞고 현재까지 식욕이 왕성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매일 책 200페이지를 읽고 이틀에 1편 정도의 잡글을 쓰고 있다. 현재 50여편이 넘는 글을 썼다. 매주 목요일, 매월 11일, 15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마지막 주 금요일, 매월 말일, 두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동창, 친지) 3번 등 점심모임을 매달 10회 정도 하고 때때로 만나는 모임을 합하면 한달에 15회 정도 친지와 동창생 등을 만난다. 또한 매월 2~3회 부부동반 저녁모임을 갖는다. 점심시간에는 아내를 돌보는 요양사가 와서 아내와 점심을 같이 먹기 때문에 마음 놓고 친지와 점심을 같이 할 수 있다.
저녁 시간이나 요양사가 안 오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부부동반이 아니면 절대로 아내 혼자 먹으라고 놔두고 혼자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호사다마라고 그동안 하루 3시간 요양사 도움은 받지만 92세 나이에 비해 비교적 건강하던 아내가 2023년 10월 15일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 준다고 김치를 담그다가 주저앉는 바람에 척추 골절상을 입고 홍성의료원에 입원하였다.
코로나로 간병인 이외에 남편인 나도 면회가 안 되어 하루에 1~2번 임원실 문밖에서 병실 안 아내 얼굴을 보고 오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고 말았다. 입원 첫날에는 집에서 혼자 자는데 늘 아내와 같이 있다가 혼자가 되니 외롭기도 하고 아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내가 앞으로 걷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요양원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로 다가오니 앞이 캄캄하였다. 그러나 아내가 요양원 갈 정도로 나빠진다 하더라도 내가 손수 병간호를 할지언정 절대로 자식들에게 의지하거나 요양원에는 안 보내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였다.
아내가 입원해 있는 12일간 혼자 지내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를 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고 왔으며 아내도 수시로 전화하여 밥을 어떻게 먹는지 물어보아 내가 끼니를 굶을까 걱정을 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부부의 정이 깊어짐을 확인하고 서로 전보다 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히 아내는 시술이 잘 되어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왔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이번 사고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내를 요양원에 안 보낸다.
그런데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산다고 결심했는데 지금 막내아들한테 “누나들 하고 모아서 입원비 결제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당장 아들한테 전화해서 “그 정도는 내가 낼 수 있는데 왜 결제를 했느냐”고 책망 아닌 책망을 했다.
자식들에게 입원비를 되돌려 줄 수도 없고 효자 자식들을 둔 것 같아 흐뭇하면서도 한편 본의 아니게 자식들에게 짐을 지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아내의 지팡이가 되어 더욱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늙은 청춘들이여, 단 한번 뿐인 인생 요양원 가지 말고 멋지게 살아봅시다. 늙은 청춘들이여, 모두 힘내시라!
2023년 10월 27일 아내가 퇴원한 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