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문화산책] “천하에 공짜 점심은 없다”

*중국 속담 속에 담긴 ‘중국인의 지혜와 처세, 그 달관의 예술’

天下?有免?的午餐
(티엔쌰 메이여우? 미엔페이더우찬)

“천하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 천지에 공짜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였다. 술 중에서 제일 맛있는 술이 ‘공짜 술’이라는 유행어는 흔히 듣는 말이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간에 비슷한 속담이 유행하는 걸 보면, 두 나라 사람 모두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서점에 들러, 경영 관련 분야 서가를 둘러보면 <천하에 공짜 점심은 없다(天下?有免?的午餐)>라는 제목의 책이 종종 눈에 띤다. TV 프로그램 사회자나 법률가, 성공한 기업가의 입에서도 이 속담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들은 공짜 좋아하다 큰 코 다친 사람들의 얘기, 쉽게 돈 벌려다 사기 당한 사람들의 얘기를 종종 들려준다.

10여 년 전, 강원도 인제군 현리에서 두 해 가량 머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지역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공짜 공연’을 실컷 즐기고 무료 경품을 하나씩 받아 챙겼다. 화장지 세트, 세탁용품 등 뜻밖의 선물을 들고 희희낙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 무료 공연은 며칠 째 이어졌다. 드디어 공연 마지막 날, 무료 공연에 선물까지 받아든 노인들은, 미안한 마음에 가짜 건강보조식품을 사느라 주머니를 털었다. 이른바 ‘홍보관 떴다방’에게 마을 노인 전체가 집단으로 사기를 당한 것이다. 공짜 좋아하다 크게 당한 예는 도시에 사는 ‘총명한’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전매 보장형’ 아파트에 들어가 살고 있으나, 사는 집이 팔리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시가 13억 아파트를 3억6000만원에 사서, 2년 정도 살아 본 뒤, 여의치 않으면 되팔아 준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이다. 건설사는 세입자 명의로 8억 여 원을 대출받아 챙겼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값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고, 약속한 전매 보장은 이루어지지 않아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알고 보면 저변에 손쉽게 이득을 취하려는 ‘공짜심리’가 작용하여 오히려 화를 부른 것이다. 요즘에도 공짜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린다. ‘무료 마사지’를 미끼로 고액의 화장품을 강매당한 사례, 최신 네비게이션 무료 설치 및 휴대 전화 무료 통화권 제공이라는 말에 속아 300만~400만원을 결제한 사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수법인데도 그 잘난 도시인들이 시골 할머니들처럼 잘도 속아 넘어간다.

공짜 좋아하다 피 같은 돈을 앉아서 ‘강탈’ 당한 것이다. 이 두 사기 사례는 1~2년 주기로 꾸준히 반복되는데도, 지렁이를 덥석 무는 메기처럼 번번이 속고 만다.

점입가경이라고나 할까. 그 똑똑하다던 대한민국 교수 5000여 명도 당했다. 얘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희대의 ‘전국 교수공제회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연 9%의 고금리(당시 시중은행 금리 3%)를 선이자로 지급하겠다는 전단지를 믿고 돈을 맡긴 것이다.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맡긴 교수도 1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간판만 교수공제회인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에 말려들어 대한민국 교수사회가 벌컥 뒤집혔다(2013. 6. 24. 매일경제 3면 참고).

공짜를 바라는 심리는 장뇌삼 밭도 예외는 아니다. 강원도 화천의 한 장뇌삼 밭 개간 현장을 구경한 적이 있다. 심마니 한 사람이 삯군을 데려다 경사가 심한 산 중턱에 비스듬히 서서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리며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고,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장뇌삼 묘종을 심었다.

장뇌삼은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이란 긴 세월을 어린아이 키우듯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무서운 적이 들쥐, 멧돼지라고 한다. 멧돼지가 한 번 훑고 지나간 장뇌삼 밭은 수마가 할퀸 것처럼 쑥대밭이 된다. 그래서 장뇌삼 주인들은 이것들을 퇴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곡식을 삶아 농약과 섞어 뿌리거나 덫을 놓는다. 수확기에 이른 장뇌삼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편의점 주인’처럼 장뇌삼 밭에 움막을 짓고 틀어박히기도 한다.

평생을 심마니로 보낸 강원도 화천의 꽁지머리, 김형국(56) 씨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의 말에 의하면, 들쥐, 멧돼지보다 더 무서운 쥐가 ‘인(人)쥐’라고 한다. 인쥐가 한 번 들이 닥친 장뇌삼은 폐허를 방불케 한다. 인쥐들은 10년 산 장뇌삼만을 교묘히 알아내 싹쓸이한다. 인쥐들을 소탕하기란 들쥐나 멧돼지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대못같이 생긴, 양 끝이 뾰족한 쇠꼬챙이를 설치해 놓거나, 고압선 표지판을 설치하고 해골 모습을 그려놓아 접근 금지를 알린다. 혹은 맹견을 풀어 놓아 주위를 지킨다. 그러나 이 교활한 ‘인쥐’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한 밤중에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드디어 ‘인쥐’가 덫에 걸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쇠꼬챙이에 발이 관통하여 그 자리에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쓰러진 것이다. 그 ‘인쥐’는 남의 장뇌삼을 공짜로 먹으려다 치명적인 화를 입고 불구자가 됐다.

교활하고도 노련한 악덕업자들은 오늘도 ‘성 접대’, ‘골프 접대’, 공짜 술을 미끼로 공직자를 노린다. 모든 공짜에는 ‘독약’ 이 묻어있음을 각골명심(刻骨銘心)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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