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문화산책] “우둔한 오리는 홰에 오를 수 없어”
*중국 속담 속에 담긴 ‘중국인의 지혜와 처세, 그 달관의 예술’
??子上不了架(뻔야즈 상부랴오찌아)
“우둔한 오리는 홰에 오를 수 없다”
닭은 날갯짓을 하며 홰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날이 저물면 홰에 올라 앉아 잠을 청한다. 그러나 몸이 무거운 오리는 홰에 오를 수 없다. 그저 몸이 가벼운 닭이 부러울 뿐이다. 사람이 무능해서 어떤 일을 하려해도 할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지도자들이 최고 반열에 오르기까지 인사 검증 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대학생 시절부터 예비 당원으로 활동하며, 국가관, 지도력, 능력, 책임감, 도덕성을 배우고 익힌다. 대학 졸업 후 말단 행정 단위에 들어가 ‘이장’부터 시작하여 철저하게 검증을 받는다. 상당수는 무능력, 부적격으로 중도에 탈락한다. 시진핑, 리커창 등은 이러한 단계를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미 30년 가까운 행정 및 조직관리 경험을 통해 중국집 주방장처럼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청문회에 오를 무렵, 언론은 그를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무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물로 꼬집었다. 이후 그에게 ‘4무 장관’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과거 한때 함께 일했던 상사의 평가 등을 종합해 붙여진 별명이다. 그를 겪어 본 옛 상사가 일부러 악평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여하튼 당사자에게는 치욕적인 별칭이 아닐 수 없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어금니를 깨물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반드시 입증해야 할 책임이 본인에게 남아 있다.
최근, 청문회를 마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야를 불문하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언론들도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본인조차 능력이 부족해 몇 차례 고사하였다고 한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윤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은 문자 그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윤 후보자를 두고, 도덕적 흠결보다 무능력이 더 문제라고 한탄한다.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 무능력할 때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일국의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윤후보자의 자세가 너무 무사안일하다. ‘필사즉생’의 자세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며, ‘눈물’로 호소했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는 자세가 전혀 딴 판이다. 결격자가 장관이 돼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그 조직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벼슬만 탐내는 ‘무능한 오리들’이 관가에 가득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둔한 오리는 홰에 오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치자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