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문화산책] “마룻대가 비뚤면 들보가 비뚤어진다”
*중국 속담 속에 담긴 ‘중국인의 지혜와 처세, 그 달관의 예술’
上梁不正, 下梁歪(상량부쩡, 쌰량와이)
“마룻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래 들보가 비뚤어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중국의 대학은 일사불란한 관료조직 같다. 그 안에 선전부, 감찰부, 기율부, 조직부 등 온갖 기능이 존재한다. 대학서기나 총장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중앙정부에서 따온 프로젝트를 독식하여 제 배만 채운 대학 총장을 두고, 춥고 배고픈 한 인문학 교수는 ‘조폭 같은 자’라고 맹비난한다. 대학사회에도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뒤집어버린 지 오래다. 상아탑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다.
중국 각 도시에 산재한 인민정부 건물은 보기에도 매우 웅장하다. 그 안에 서기, 부서기, 시장, 부시장 그리고 주임부터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직책이 존재한다. 베이징, 난징과 같은 대도시에는 부시장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거대한 조직이 비대증에 걸려 쓰러질까 걱정된다. 이곳도 공무원들의 부패는 자못 심각하다. 공금으로 술 먹고, 밥 사먹고, 여행다니고 선물(뇌물)을 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마침내 시진핑 등 최고 지도부가 공금을 남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한 택시 기사가 시청 건물을 가리키며,“저 안에 부패한 당원, 간부들이 득실거린다”며 울분을 토한다. 겉으로는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척 하지만, 서민의 피와 땀으로 호의호식한다는 것이다. 건설업자와 짜고 검은 돈을 챙기다 쇠고랑을 차는 시장의 비리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우리의 지자체장들은 어떠한가. 이들도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 같다. 서너 명 중 하나가 비리로 조사를 받고 ‘콩밥’을 먹는다. 이러니 지자체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호화청사 건설, 무리한 경전철 사업 추진, 각종 토목 공사, 실속 없는 축제 행사 등으로 서민들만 등골 빠진다. 재정이 열악해 빈사상태에 이른 곳도 부지기수다.
경북 영양군 권영택(52) 군수의 그릇된 행태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그는 전직 건설회사 대표 출신이다. 군수직을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 회사의 최대 주주 노릇을 하였다. 그는 토건분야 출신답게, 토목· 건축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그가 조성한 테마 공원은 벤치가 나뒹굴고,잡초가 무성하여 ‘황성옛터’를 방불케 한다.
친인척, 지인들에게 수의계약을 맺도록 하여 폭리를 취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추적 60분’ 취재팀에 의해, 권 군수가 건설업자, 부하직원 등과 어울려 꽃집에서 도박판을 벌인 장면이 포착됐다. 수의계약 여부와 도박을 했는지를 캐묻는 담당PD에게 태연히 ‘오리발’을 내민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지 말랬다’고 어떻게 군수가 의심받을 행동을 하겠어요.”
농사짓기에도 바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연일 영양군수를 성토한다.
“권 군수는 건설업자인가? 회사 사장인가?”
‘윗물’이 썩어버린 곳에서 1만8천 영양군민들은 지금 마음 둘 곳이 없다. 언제인지 모르게 시장, 군수, 지자체 의원들이 곳간을 ‘지키는’ 탐욕스런 쥐로 보인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했던가. 광역시 의원들이 유급 보좌관을 두고 싶은 모양이다. 이들도 나라 곳간을 거덜내려는가 보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