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문화산책] “대인은 소인의 허물 기억하지 않아”

大人不記小人(따런뿌지샤오런꿔)

“대인은 소인의 허물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시아엔=강성현 교육학 박사,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마음이 크고 도량이 넓음을 형용한 말이다. 중국 남녀들을 보면, 부부 간 애인 간을 막론하고 거리에서, 식당 앞에서, 공원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서로 죽일듯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다가도 상대가 던지는 부드러운 사과 한 마디에, 봄눈 녹듯 금세 풀어진다. 그리고 주위 사람이 보기에 낯 간지러울 정도로 다정히 팔장을 끼고 태연히 걸어간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들은 핏대를 높이기도 잘 하지만 때로는 어느 선에서 적절히 멈출 줄도 아는 지혜를 발휘한다.

우리의 ‘전원일기’와 같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일일드라마 얘기다. 뚱보 여의사가 잔뜩 화가 난 남편에게 “따런부지샤오런꿔!”하면서 남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몸과 마음이 왜소한 남편은 이 말을 듣자 금세 활짝 웃는다. 과연 누가 소인이고 누가 대인인지 모르겠다.

다른 연속극을 보니 신혼부부가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한다. 매사에 간섭이 심한 시아버지 문제로 단단히 삐쳐있는 색시에게, 홀쭉이 신랑이 “도량이 큰 사람은 소인의 잘못을 눈감아 준다고 하잖아!”라고 하자 얼었던 마음이 봄 눈 녹듯 풀린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얼마 전 ‘황혼 이혼’을 하여 혼자 사는 칠순 할머니의 처량한 모습이 TV에 소개됐다. 은퇴한 남편이 냉장고 문을 열어 젖혀놓고 온종일 잔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 오랜 설움이 한꺼번에 복받쳐 올라 이혼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과 헤어져 김치 한 가지 놓고 혼자 밥을 먹는 이 할머니의 모습은 이전보다 더욱 애처롭다. ‘ 늙은 마님을 괴롭힌’ 할아버지도 고독하기는 매한가지다. 노부부가 사소한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삶을 택한 것이다.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먼저 사과하고, 한 마디 양보하면 가정과 사회, 온 겨레가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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