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멋, 박재희

무용가 박재희 <사진=신귀만 작가>

무용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6살 때 쯤 부채춤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그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무용이라는 것에 대해 완전히 매료되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동요에 맞춰 안무를 친구들에게 가르친 후 학교 장기자랑 같은 대회에 내보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유희에 불과하지만 춤에 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아주 많았습니다.” 정식으로 춤을 배우게 된 것은 춘천여중 1학년 때 무용연구소에 다니면서부터이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고등학교를 서울로 진학해 무용반을 이끌었다.


우리 춤의 아름다움

“부모님은 제가 꾸준히 이 길로 가게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무용이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용의 어떤 점이 좋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어요. 춤이 곧 저의 삶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렇게 춤을 추면서 한영숙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무용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으며 그동안 몰랐던 한국 전통춤의 호흡법, 절제미, 여백의 미를 배웠다. 담백하면서 단아한 춤사위에서 심오한 내면의 멋을 알게 되었고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선생님께 태평무를 배우게 됐습니다. 선생님께서 태평무는 처음으로 저에게 가르쳐 주신다고 하시면서 정말 제게 잘 어울리는 춤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선생님의 춤은 자연스러움 속에서도 맛과 멋이 있었다. 그런 선생님의 춤을 체득하며 자연스럽게 닮아가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은 체격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르기에 거기서 나오는 춤사위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춤의 정신, 춤사위의 특징, 그 맥은 올곧게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심신이 함께 하는 춤

“한국 무용의 기본은 결국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인위적으로 꾸민 춤사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멋 자체가 무용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 자신을 다스려 춤을 가다듬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제자들에게도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임하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썼을 때 춤이 완성될 수 있다. 심신이 함께 하는 것이 춤인 것이다.

“학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말씀들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학의 이미지는 좋아해요.”

학은 고고함과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기에 학과 닮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춤에도 평상시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주와의 인연은 80년대 초 청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부터이다. 그 당시 춤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청주에서 박재희 새암무용단을 창단해 충북의 무용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며 오늘날의 충북무용예술을 일구어냈다.

“저는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레퍼토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고 그 에너지가 쌓이지 않게 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죠. 여러 번 무대에 올리면서 다듬어지고 발전되어지는 것이 중요해요.”

앞으로는 박재희 새암무용단 그리고 2001년 창단한 벽파춤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한영숙 선생님의 춤을 올곧게 계승하는데 매진하며 이론적으로는 자료가 많이 부족한 고대 무용사에 대해 지금까지 써온 논문을 바탕으로 확고한 자료를 구축하고 싶다.


* 태평무/이 작품은 한성준 옹이 경기도당굿에서 행해진 악무의 정수를 한데 모아 독립된 춤으로 체계화시킨 것을 원류로 한 한영숙류 태평무로서 그의 제자인 박재희에 의해 그 전통성을 잃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단의 다양성과 절제된 호흡, 여러 형태의 발 디딤새, 섬세하고 우아하며 절도있는 손놀림 등은 다른 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춤만이 가진 독특한 품격과 멋이라 할 수 있다. <글=최경국 명지대 교수, 김다혜 작가>

* 박재희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한영숙류) 이수자
국민포장, 충청북도 문화상 수상
대한무용학회 학술상, 청석학술상 수상
제15회 전국무용제 대상(대통령상) 수상

현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무용) 전공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사)벽파춤연구회 이사장
박재희새암무용단 대표
한영숙 춤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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