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학처럼 고고하게, 송준영

무용가 송준영 <사진=신귀만 작가>

송준영은 춤에 어떤 계기가 있거나 춤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중학생 때, 실은?무용가가 되고 싶었으나 신체적 결함 때문에 성악을 하게 된 음악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송준영에게서 자신을?투영한 음악 선생의?권유로 그는 광주의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뭘 알고 시작한 게 아니라 맹목적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 내년이면 60주년입니다. 정식 무대는 중앙대 정병호?선생님께서 전남여고 선생이셨을 때의 공연에서였지요.” ‘천하대장군’이라는 독무를?추었습니다.?그때 제가 고2였습니다.”

남쪽의 집을?지켜라

서울에서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에 재학하면서도 그의 무용 활동은 계속됐다. 하지만 장남이었기에 곧 부모님이 계신?광주로 내려왔다. “고향에 내려와서 활동한 일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중앙에서 활동했더라면 또 다른 길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무용을 자기가 좋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차이는 대단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73년?광주는 한국무용의 불모지였다. 그때부터 광주의 전통무용을 키워와 지금에 이르렀다. “제 호는 장인어른께서 지어주셨습니다.” 남재, 남쪽 南 자에?집 齋 자. 남쪽?즉, 고향을 지켰다는 의미에서 지어주신 호다. “광주에서 우리 춤을 지켜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남쪽의 집을 지켰다는 자긍심을 가집니다.”

요즘 재차 생각건대 춤을 선택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춤을 추었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이만큼 정년을 하고서도 지속해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연의 법칙이 춤의 법칙

“나는 춤의 정신을 ‘무법자연(無法自然)’이라고 생각합니다.?자연의 법칙이 춤의 법칙이고 춤의 법칙이 곧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 춤은 인위적일 수가 없습니다. 일부러 과격하지 말자. 모든 것을 순리대로 풀어가자. 자연스럽게 추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춤은 특별한 기교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우리 춤에 너무 기교를 부리려고 해서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내 것에 얽매이는 것도 추세적으로 옳지 않아요. 인위적이지 않게 순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시종일관 그럴 수는 없지만 춤뿐 아니라 소리도 그렇고 모든 것이 대목마다 보는 사람과 어울려야지요. 우리 것은 ‘얼씨구’ 소리가 나오는 대목이 있어야 역시 우리 것다운 맛이 살거든요. 너무 기교 위주로 가다 보면 보는 사람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고 서로 교감할 수 있을 때 멋이 생깁니다.”

“내 대학 시절 한영숙 선생께서 제 별명을 ‘만주벌판의 수숫대’라고 하셨어요. 그때 내가 크고 말랐었기 때문에….?그다음에 송범 선생님이 붙여주신 별명이 ‘학’입니다. 목이 길기도 하고 춤에서도 그런 성질이 있었겠지만, 아무리 기분 나빠도 싸움을 잘 못하는 성격도 닮았거든요.” 학처럼 고고하게 살아온 춤 인생.

끝으로 후학들에게 “자기에게 맞지 않는 욕심을 갖지말아라. 춤에 대해서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자신의 춤을 많이 사랑하라.”는 당부를 남겼다.

남도살풀이춤: 살풀이란 나쁜 기운을 없앤다는 뜻으로 전라도 지역의 굿에서 나온 말이다. 20세기 초 전문 예능인들이 전라도 무당의 춤을 예술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며 다듬어 무대공연 종목으로 만들어 추어 추상적이 표현이 강하다. 전라도 무당의 춤에서 유래하여 반주 역시 전라도 무속음악인 시나위에 맞춰 춘다. 한과 흥 그리고 멋과 즉흥성을 가장 많이 살려낼 수 있는 민속무용의 대표적인 춤으로 기교적인 부분보다는 남도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는 춤이다. <글=최경국 명지대 교수, 김다혜 작가>

*송준영:
금호예술상/2007 (사) 한국무용협회 무용대상/(사)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 우리춤협회 고문/광주한국춤연구회 이사장/조선대학교 무용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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