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악가무’ 김평호 “소나무 닮고 싶어요”

무용가 김평호 <사진=신귀만 작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풍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상모돌리기부터 했어요. 다양한 악기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덕분에 기본을 익힐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특히 장단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민속촌에서 단원 생활을 한 후 사찰에서 혹독하게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겨울에 새벽 5시부터 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서 하루 종일 춤을 연습했다. 마치 수행을 하는 듯 했다.

“춤에 빨려 들어갔어요.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좋아서 춤을 추었고, 거기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골이었기에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춤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무용을 해오던 동료들이 떠나는 일도 있었지만 춤은 고독한 수련이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견뎌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다

“얼마 전에 정극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도전이었는데, 무엇보다 가지고 있는 것에서 탈피해 상황에 몰입할 필요가 있었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흔히 한국무용은 즉흥적인 면이 강조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추상적이라고 한다면 정극은 당위성 위에 세워진다. 때문에 무용과는 또 다르게 극중에 녹아들어야 했다.

“앞으로는 악가무(樂歌舞)를 전부 덕목으로 겸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형식이나 기교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도 없이 춤을 출 수는 없습니다.”

음악에 있는 장단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치는 겉모습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면을 비출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춤을 바라보게 되면서 다시 기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우르며 즐기는 춤

이전에는 끼를 타고 났다거나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을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도 모든 걸 털어내듯 무대에서 춤추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오히려 그동안 무대에서 발산해온 끼나 에너지를 눌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흥이나 신을 내는 것보다 조금 더 민감하게 몸짓을 표현하고 싶다.

“사람들이 호랑이 같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지금의 저는 소나무 같았으면 합니다. 바위틈에 어렵게 뿌리를 내린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소나무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는 사시사철 푸른 창송은 각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만들어 간다. 세상이 험하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예술도 사람이 먼저입니다. 함께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한국무용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마당놀이처럼 모두 어울려 즐기며 춤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글=최경국 명지대 교수, 김다혜 작가>

*소고춤
소고춤은 농악에서 추는 춤의 하나로 소고를 두드리면서 춤을 추는 것으로 마당에서 노는 축제적 성격을 띠어 흥과 멋이 함께 어우러져 역동적인 멋이 깃든 춤이다. 전라도 우도농악의 대가였던 고(故) 황재기 선생과 방승환, 정인삼, 채향순 선생께 배웠던 소고춤을 김평호화 한 춤이다.

*김평호
청주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무용전공) 졸업
서울예술단 단원 역임
부산롯데 엘그린무용단 감독 역임
대전시립무용단 훈련장 역임
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역임


(사)국수호디딤무용단 이사
전남도립국악단 객원안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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