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과감한 시도로 전통춤의 발전을 꾀하다, 채상묵
“어렸을 때 누님 두 분이 여성 창극단 같은 공연을 갈 때 4남 6녀 중 3남인 저를 꼭 함께 데리고 가곤 했습니다. 일찍부터 무용을 접할 기회가 되었죠. 보고 나서는 춤을 흉내냈다고 해요.”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왔고 초등학교 땐 임성남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유희에 가깝긴 했지만, 학예회에서 춤을 추게 되었다. 항상 관심이 많았고 그렇게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아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춤을 배웠다. 아버님의 반대가 심한 편이었지만 계속 무용을 하면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서울에서 활동하며 여러 선생님을 모셨다. 그렇게 목이 타던 중(1975년) 부산에서 활동하시던 이매방 선생님을 모셔오게 된 것이다. 그땐 우리가 선생님의 서울 생활 첫 제자와 마찬가지였고 선생님도 우리를 패기 있게 가르쳐 주셨다.
춤을 추면서 어려움도 많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춤을 출 때 자신의 안에 꽉 차 들어차는 풍요로운 느낌이 좋았다. “창작도 해왔습니다. 우리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면이 강조된 무대도 있었고 최초로 외국곡에 한국 춤을 접목한 무대도 만들었어요. 낯선 시도에 “뭐하는 거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죠.” 그뿐 아니라 전통적인 의상에 변화를 주기도 했으며 맨발로 무용하는 시도도 했다. 한국 춤을 추는 사람이 뭐하는 거냐는 원로 선생님들의 염려 섞인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과감한 이런 시도가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신선한 공연으로 매스컴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30여 개의 창작 춤이 쌓이게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춤을 따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변화를 주면서 발전해 가야 합니다. 하지만 원 뼈대를 잊어선 안 됩니다. 한국 무용의 뿌리를 잃지 않고 가지고 갔을 때 더 풍성하게 멀리 나갈 수 있어요.” 이미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발전이 되었기에 감성표현의 부족한 면을 메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호흡에서 나오는 높낮이, 강약 등은 경험에서 느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 무용에선 시간이나 연륜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춤은 마라톤과 닮아있다. 학생들에게도 연습할 때 공연처럼 하라고 말하며 반복을 중요시한다.
“창작을 해왔지만 그러면서 이후에 오히려 전통춤에 더 몰입하기도 했습니다. 스승의 가까이에서 섬세하게 학습하고자 열심히 시간과 정신을 투자하기도 했고요.” 춤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한다. 그래서 춤을 출 때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과한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지금까지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과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계속 춤을 추면서 시간이 흘렀고 자신만의 노력으로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
“저는 사시사철 푸르고 죽어서도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되는 대나무 같았으면 해요. 꼿꼿하게 서서 자리를 지키는 대나무는 꺾여도 유용하죠.” 그렇게 죽어서도 흔적을 남기는 대나무처럼 계속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바라보며 춤 역사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바람이다. <글=최경국 명지대 교수, 김다혜 작가>
*승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승무는 민속춤의 정수라 할 만큼 한국 춤의 모든 기법이 집약되어 있으며 품위와 격조 높은 예술 형식의 무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 중기, 불교의식무의 영향을 받아 기방의 예인에 의해 창작되었으리라 추정된다. 힘 있고 호화로운 장삼의 곡선미는 속세의 번뇌와 수도승의 고행을 표현하듯 공간미적 형태의 아름다움과 내공의 호흡을 담고 있는 춤사위로 구성되어 있다. 종반부의 법고는 풍요로운 민속 장단의 2분 박과 3분 박 또는 혼합 형태의 다양한 리듬으로 타주한다.
*채상묵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졸업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이매방류)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이매방류) 이수자
제13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장원(문공부 장관)
제37회 개천예술제 특장부문 최우수상 (문공부장관)
2001년 한국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인(무용부문) 선정
2007년 제21회 예총예술문화대상(무용부문)
서울예술단 무용감독 역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겸임교수 역임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 회장 역임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강
(사)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
(사)한국전통문화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