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농익은 竹香 뿜듯···이매방 제자, 김진홍

김진홍은 부산에서 태어나 곧장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갔다. 일본에서 보고 부딪힌 다양한 문화생활의 기억과 경험들은 김진홍을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무용을 익혔고 스승 이매방 선생을 만나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이춘우 선생, 강이문 선생, 김계향 선생, 문장원 선생에게 한국무용의 여러 요소를 배웠다. 이런 좋은 스승들과의 인연은 그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그는 여러 스승에게 감사하는 만큼 또 하나의 절대적인 스승인 ‘연습’을 잊지 않는다.

무용가 김진홍 <사진=신귀만 작가>

기교를 많이 안 쓰는 춤

김진홍은 자신의 춤을 “내 춤은 대나무 향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대나무는 쉽게 휘지 않는 곧은 마음, 일편단심을 의미하고 향기는 춤의 정신이며 내면을 나타낸다. 김진홍은 스스로?품위나 격을 생각하고 추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그의 춤에서 무게감 있는 품위를 발견한다. 춤에서 기교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나무로 말하자면 잔가지를 다 치고 난 나무다. 사람들은 줄기만 확실하다는 말들을 한다.

말을 할 때에도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것을 여러 말로 하지 않는다.?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속이려 많은 말을 한다. 춤 역시 부족한 것을 잘 보이기 위해서 기교를?부려 외적인 춤을 추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웃지 않는 듯 웃는?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은 춤이다.

“춤을 입으로 추는 사람, 마음으로 추는 사람, 또 머리로 추는 사람이 있어요. 머리로?춤추는 사람은 춤동작은 확실하고 무난하고 잘 추는 듯 보이지만 감동이 없어요. 마음으로 춤을 추고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 인륜에 의해 쌓아온 체험을 발산할 때 그 춤이 훌륭한?춤이 되지?않을까?싶어요.”


그리움을 만나는 일

지금 춤 인생을 되돌아보면 먼 길을 떠나온 듯 그리움을 느낀다.

“내가 사는?현실은 내게는 꿈같은 것입니다. 나는 무대에 섰을 때에야 현실감을 느끼지요. 그러니 항상 무대에 서기를 기다리며 삽니다. 춤은 내게 있어 하나의 그리움 같은 것이고 그 그리움을?마주했을 때 비로소 감동을 줄 수 있는 춤이 나옵니다.”

예술은 풍요로움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어려움을?알아야 한다. 악을 알아야 선을 표현할 수 있듯 말이다. 내가 춤을 시작할 당시는 어려운?시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춤을 추었다. 지금은 학벌, 인맥, 지맥, 정보가 춤보다 더 앞서는 시대다. 본말이 전도돼 버렸다. 예술의 순수함과 동심은 현대의 거대한 스케일과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재빨리 만들어져 나오다 보니 깊이를 잃었다. 허나 예술에는 시간이 중요하다.

춤을?추는?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 조금 잘 춘다고 자만하지 마라. 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연습이 바로 스승이다”라는 말이다. “느리게 겸손하게 편하게 추어야 한다.” <글=최경국 명지대 교수, 김다혜 작가>

* 지전춤: 지전춤은 망자의 한을 달래어?위로하고 극락왕생 하도록 기원하는 굿으로 오구굿의?구성요소가 된다. 호남지역에서는 씻김굿이라 한다. 길게 오려 만든 창호지를 손에 들고 망자의 넋을 불러 부정을 가시게 하고 원과 한을 풀어주는 무속의례 중 하나이다.

*?김진홍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이매방류)?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이매방류) 이수자
한국무용협회 부산지회장 역임
부산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역임

제9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장원
제33회 진주개천예술제 특장부문 최우수상
1987 부산광역시 문화상
2008 부산시예술총연합회 부산예술대상

현 부산시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 예능보유자 후보
김진홍 전통춤보존회 예술감독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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