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만의 포토월드] 질기고 땀내나고 질퍽한 춤, 김수현

*사진작가 신귀만이 서울남산국악당의 2010년 무용페스티벌 ‘삶은 춤이다 춤은 삶이다’에 출연한 한국 춤꾼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춤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대밖 모습을 조명했다. 아시아엔(The AsiaN)은 인터뷰를 진행한 최경국 교수(명지대 일문과)와 김다혜 작가의 글을 함께 엮어 연재한다.

한국무용가 김수현 <사진=신귀만 작가>

무용가 ‘김수현’의 무대밖 이야기

4살쯤?동네에 처음으로 무용학원이 생기자 할머니께서 나를 학원에 데리고 가셨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뒤에 서서 따라 하던 기억만 가물가물 남아있다. “그렇게 무용을 시작했어요. 유치원 때에는 발표회를 하면서 무대에 서게 되었고 무대에서 춤춘다는 느낌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는 무용반이?있었고 그렇게 학원과 학교에서 무용을 계속 배웠다. 정재도 배우게 됐는데 처음엔 느린 음악이?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타령이 아름답게 들리던 여름날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어요. 여름에 춤을 추다가 타령 음악이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했던 걸 아직도 기억합니다.?하늘로 한삼(汗衫)을 뿌리고 돌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이런 게 춤을 추는 거구나 느꼈죠. 마음이?동해서 춤을 추게 됐어요.”

그 이후 어른이?된 기분으로 춤을 췄다. 중학교 진학을 리틀엔젤스 예술학교 설립 홍보 기사를 보고 즉흥 춤?시험을?치르면서 전문적인 춤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선화예고를 거쳐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에는 리틀무용단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그렇게 창작 춤을 하는 한편 계속해서 전통춤도 배웠다. 지금은 김숙자 도살풀이춤보존회 활동도 하고 있다.


“저는 질긴 춤을 춥니다. 예쁘고 고운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질퍽함을 가지고 있어요. 무게감이 있고 땀내가 많이 나는 춤을 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리을?초기 작품들에서는 중성적인 느낌의 역할도 많이 했다. 남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힘 있고 강한 춤을 많이 추었고 더욱 강한 표현적인 춤을 추구하게 됐다. 근의 테크닉적인 요소와 단전에서 끌어나오는 호흡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춤사위에 꽉 찬 무게감과 흥을 주어 주제에 따른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단아하면서 기개 있는···

춤추는 것 못지않게 작품을 만들어내고 추는 것도 무대 구석구석 모든 부분까지 완성하고 새로운 춤 언어를 창출해내는 고민까지 즐겁게 하고 싶다.

“이전에 사군자에 관련된 공연을 하면서 ‘난’ 역할을?의뢰받았어요. 난의 이미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처음 제게서 강한 이미지를 받았던 사람들도 여성스러운?면을 발견하고 놀라곤 해요.”

그렇게 청초하게 뻗어 나가는 난처럼 절개 있으면서도 깊고 짙은 여성의 향기가 공존하는 사람이고 싶다. 무엇보다 진실을 감출 수 없는 춤에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진실로 살아있음에 부끄럽지 않은 춤꾼이자 춤 작가이고 싶다. 그 속에 단아하면서 기개 있는 모습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용가 김수현은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했다. 현재 (사)리을춤 연구원 이사, 리을무용단 대표, 배정혜 춤 아카데미 대표와 전임강사, 김숙자도살풀이 춤보존회 부회장 등을 지내고 있으며 선화예고에도 출강하고 있다. <글=최경국 명지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김다혜 작가>

The AsiaN 편집국?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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