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중동사태가 몰고 올 3가지 가능성…2030엑스포에도 영향?

11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에서 한 주민이 대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은 밤새 이어진 공습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지난 주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다. 무력충돌이 잦은 곳이지만, 이번 만큼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확전이 아니길 바라는 실낱같은 기대들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진이 일어나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인도적 지원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 순간 관심에서 멀어졌다. 국제사회가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마다 나름의 준비를 하는 듯하다.

중동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향 1:방위비 분담금 인상(혹은 주한미군 철수)

美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도전하는 트럼프는 민주당 출신 바이든 대통령의 유화적 중동정책을 곧바로 저격했다. 동결자금 해제가 하마스의 배후로 알려진 이란의 금고를 채워줬다는 이유이다. 美 민주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명목으로 트럼프를 구석으로 몰아갈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구상 또 하나의 분쟁은 러시아가 일으켰다.

미국이 중동과 동유럽에서 동시에 힘을 쏟기가 쉽지 않다. 이미 공화당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늦추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문학적 재정 출혈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약화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군산(軍産)복합체로 묶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와 맞물려 NATO 확장에 부정적인 미국 내 일부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복잡한 정황 속에서 한 곳을 선택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이스라엘에 집중할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바이든에게 불리한 정황이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차례 대통령을 경험한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 혹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두 전쟁으로 지친 미국에서는 자국 우선주의나 동맹국에 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좋은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영향 2:부산 EXPO 유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곧바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내달이면 2030 EXPO 개최지가 발표된다. 이번 중동사태가 종결되지 않거나 혹은 확전으로 치닫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네타냐후에게 묻는 의견이 일부 있다. 네타냐후의 뒷배에는 극우 유대주의와 시오니즘이 있다. 이로 인한 이스라엘 내부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고 초기대응에 의도적으로 실패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일부 있다.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이스라엘 강경책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하마스가 전쟁을 일으킨 대의명분이다.

실체가 무엇이든 헤어 나오기 힘든 깊은 골에 양측 모두 확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EXPO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상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아닌 이탈리아의 로마가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영향 3:북한의 국지적 무력도발

상대적 전력이 약세인 하마스가 순식간에 전략적 수준의 기습을 감행했다. 이를 목도한 국가 및 단체에 부적절한 학습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는 실질적으로 복구되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가 힘을 받게 되었다. 이른 시일 내에 韓·美·日 공조와 군사대비태세가 회복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다.

북한이 전면전을 걸어올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다만 중국이 대만에 전략적 기습을 가할 우려는 있다. 지난 13일 중국의 수백 명 탈북민 강제 북송을 단편적 시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결탁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이 중동과 동유럽 전역에 이어 대만까지 개입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중국은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만 침공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북한군이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양동작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국지도발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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