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국방혁신, 군 내부전문가에 더 많은 기회를
요하네스 볼프강 모차르트. 역사상 위대한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문외한도 모차르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클래식 음악은 간결하고 편안한 선율이 특징이다. 반면 요한 세바스찬 바흐 등이 대표하는 바로크 음악은 정교하고 화려하다. 이러한 발전적 차이로 인해 바로크 음악은 클래식 음악에서 발전된 것으로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시기상 바로크 음악이 클래식 음악보다 먼저이다.
짧은 생이었지만 모차르트가 활동했던 시기는 산업혁명 덕분에 중산층의 사회적 입지가 크게 향상되었다. 덕분에 소수의 귀족이 누리던 음악도 다수의 중산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차르트가 바로크 음악이 갖는 작품성에 중산층이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더한 클래식 음악을 내놓은 이유이다.
음악의 신동이었던 모차르트는 바로크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고 철저히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바로크 음악의 군더더기를 과감히 덜어내고 세련미가 가미된 조화로운 클래식 음악으로의 완벽한 혁신을 이끌 수 있었다. 모차르트를 불세출의 음악적 천재라 부르는 이유이다.
‘Innovation(혁신)’은 라틴어 ‘Innovare’에서 유래되었다. ‘안에서 밖으로’를 뜻하는 ‘In’과 ‘새롭다’라는 뜻의 ‘Nova’를 합친 것이다. 혁신의 어원에서 혁신의 성공은 혁신 대상의 철저한 이해와 분석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선행된 바로크 음악에서 출발한 모차르트의 혁신적 성과라고 보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지난 7월 국방부는 조직 개편을 통해 과학기술 강군을 위한 ‘첨단전력기획관’과 국방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국방혁신기획관’을 신설했다. ‘제2의 창군’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국방혁신의 강한 결기를 내비친 것이다.
군 지휘부의 강한 의지와 달리 군 내부의 사정을 살피면 아쉬운 마음이 여전하다. 군 내부에서 혁신을 이끌 전문가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까닭이다. 이들은 국내?외 명문 대학과 유수 기관에서 상당한 예산과 기간을 들여 양성된 전문가들이다. 아울러, 직?간접 경험을 통해 軍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도 높다.
한편, 이들의 활용성에 대한 한계는 보직, 진급 등에서 뚜렷하다. 비근한 예로 각 軍 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국방연구원 등에서 국방효율이라는 명목하에 이들의 설 자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실태에 수많은 고급 전문가가 軍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Fast Follower’ 단계에서는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정해져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추진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육군 보병, 해군 항해, 공군 조종 등이 수장을 맡는 것이 당연한 시기였다. 전문 분야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충분했다. 이 단계에서는 혁신이 아닌 답습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모차르트가 음악의 신동일 수 있었던 것은 바흐 음악의 Fast Follower였기 때문이다.
한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즉,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First Mover’에서 목표설정을 위한 통찰력과 해결책 제시를 위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당연히 외부 관찰자가 아닌 내부 전문가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모차르트가 불세출의 천재라고 불린 것은 계몽시대에 바로크 음악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으로의 혁신을 이끈 First Mover였기 때문이다.
이제 軍 지휘부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외부 인사들에 대한 맹목적인 事大정신을 버려야 할 것이다. 軍 내부의 전문가들을 더욱 신뢰하고 국방혁신의 선봉장이 되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혁신은 혁고정신(革故鼎新)에서 출발했다. 즉, 군이 묵은 것을 고치고 새것을 얻는 혁신을 위해서 군에 대한 이해가 높은 내부 전문가들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혁신은 변화가 아닌 개선이다.”(팀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