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의 ‘반면교사’

하마스, 이스라엘 향해 로켓 발사


‘소극적 방호의 중요성’ 일깨워…”이스라엘의 실패한 정보력과 무용지물 된 아이언 돔”

유대 안식일인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긴장이 이완되는 새벽 6시 30분을 전후하여 수천 발의 로켓을 퍼부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무장대원을 침투시켜 수십 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되고 있다. 이스라엘 <YNETNEWS> 캡처

분쟁이 자주 발생하던 지역이지만, 규모 면에서 여느 때와 달랐던 터라 전면전으로 치달을 우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정보력과 방공체계가 제대로 기능 발휘를 못하고, 이에 따라 피해가 가중되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모사드, 신베트, 아만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듯하다. 군사전문가들이 이스라엘의 실패한 정보력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을 정도이다.

(가자지구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내 건물 모습

특히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최악의 피해를 입게 된 것은 고고도(高高度, Arrow System), 중(中)고도(David’s Sling) 및 저(低)고도(Iron Dome & Iron Beam) 방공무기가 복합된 세계 최고의 다층 방공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하마스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동안 저고도 방공체계인 아이언 돔과 아이언 빔은 잠자고 있었다.

이 두 가지는 인공지능 기술이 덧입혀져 적이 발사한 로켓 가운데 위험지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우선적으로 식별하여 거의 완벽히 요격시키는 능력을 갖춘 이스라엘 최강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번 하마스의 공격 앞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하마스에 허 찔려 반면교사(反面敎師) 된 아이언 돔

결과적으로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방호체계의 허를 정확하게 찌른 것이다. 우리가 이스라엘의 피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미사일 요격 체계를 중심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호체계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 방호와 소극적 방호의 산술적 관계

통상 방호는 ‘적극적 방호’와 ‘소극적 방호’로 구분한다. 전자는 도발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적으로 적의 능력을 타격하기 위한 ‘킬체인(kill-chain)’, 발사된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요격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 Air Missile Defense), 그리고 후속하여 보복 조치를 수행하기 위한 ‘한국형 대량 응징 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등으로 구성된다. 통칭하여 ‘3K’로 불리며, 흔히 말하는 ‘3축 체계’를 일컫는다.

반면, 후자는 대피시설, 경보체계, 대피훈련 및 사후관리 등으로 위의 군사전략과 대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직접적으로 보호(Protection)하는 수단이다. 3K와 구분하여 ‘P’로 표현한다.

다행히 소극적 방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방호체계(D)가 3K에서 3K+P로 진화되었다. 하지만, 3K+P보다는 3K×P가 더 적합한 개념이다. 3K+P는 3K에 P가 선택적 혹은 보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반면, 3K×P는 3K에 P가 방호체계 기능발휘에 절대적 요소로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의 세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경우 A. P=0이면, D=3K×P=0
경우 B. P<1이면, D=3K×P<3K
경우 C. P>1이면, D=3K×P>3K

경우 A에서는 소극적 방호(P)가 구비되지 못하면 적극적 방호(3K)를 갖추더라도 방호체계(D)는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는 못한다. 경우 B는 소극적 방호(P)의 능력이 적정수준 이하라면 방호체계(D)의 능력은 적극적 방호(3K)의 능력을 밑돌게 된다. 끝으로 경우 C에서는 소극적 방호(P)가 적정수준 이상의 기능을 유지하면 방호체계(D)는 당연히 적극적 방호(3K)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게 된다. 즉, 소극적 방호(P)의 적정기능 유지 여부가 적극적 방호(3K)의 기능 발휘에 선택이 아닌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방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은 갱도화된 포병자산을 북방한계선을 연하여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60km 거리에 떨어져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주요 도시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까지가 80km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은 안보상황에 최적화된 적극적 방호체계를 갖추었지만, 이번 하마스 공격에 허를 찔렸다. 소극적 방호체계를 잘 갖춘 터라 그나마 피해 규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군이 서울에 하마스와 같은 기습공격을 감행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이스라엘 정보력과 철의 지붕도 뚫렸다. 공격자는 항시 방어자의 허를 노리고 있다. 적극적 방호를 완벽히 갖추더라도 소극적 방호, 즉 대피시설 확보, 경보체계 구축, 교육훈련 실시 등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我生然後殺他(아생연후살타), 잊어선 안 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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