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우주항공청’ 설치 불발되나?

“항공우주산업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생을 동시에 다루는 산업이다. 여야가 함께 힘을 합쳐 우주항공의 룰브레이커가 될 수 있는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한반도를 넘어 우주로 뻗어나갈 내일을 기대해본다.”(본문 가운데)

1. 항공우주에서의 기업과 정치 현주소

서울공항에서 ‘서울 ADEX 2023’이 열리고 있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항공우주 및 방산 전시회다. 전 세계 550개 업체가 참가하여 2300개 전시 부스를 설치했다고 한다.

필자는 기업에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버티포트 연구를 관리하고 있다. 협력사인 슈퍼널(Supernal)에서 개발하는 기체 모형전시회에 초청받았다. 대한항공, KT와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시에서 다가올 미래산업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었다.

활주로 위에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국내외 항공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KAI(Korea Aerospace Institute,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한 LAH(Light Armed Helicopter, 소형무장헬기)가 급격히 상승한 후 지상을 향하여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곡예비행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참전용사인 듯 보이는 외국인 관람객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국산 군용기의 눈부신 비행에 노병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전쟁 초기 무장이 가능한 항공기는 T-6훈련기 10대가 고작이었다. 암담했던 한국에 대한 기억과 눈앞에 펼쳐지는 발전상이 교차하는 순간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다루는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가 24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산업의 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2. 롤브레이커 되어야 할 ‘우주항공청’

런던비지니스스쿨의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조직의 속성을 ‘룰메이커(Rule Maker)’, ‘룰테이커(Rule Taker)’, 그리고 ‘룰브레이커(Rule Breaker)’로 구분하였다.

룰메이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처럼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산업을 선점하며, 시장을 주도한다. 대다수 조직은 낮은 위험과 적은 보상에 만족하는 룰테이커에 머무른다. 룰메이커가 만든 규칙과 시장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여 블루오션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룰브레이커가 되어야 한다. 구글, 애플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은 검색창의 광고를 없앴고,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했다. 업계의 룰메이커였던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벽을 단숨에 넘어선 전략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여 노키아와 코닥이 주도하던 모바일폰과 필름카메라 시장을 일거에 제압했다.

여당은 ‘우주항공청’에서 룰브레이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NASA를 벤치마킹하면서 우리나라 우주항공계를 둘러싼 연구, 행정 등의 생태계에 대한 거침없는 파란을 일으키고자 한다. 주장하는 절박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특별법의 입법 취지와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여럿 있다. 연구, 산업, 교통 및 국방 등에 관한 이해가 안타까울 정도로 부족하다. 거버넌스 구축에서 야당의 예리한 지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항공은 온데간데 없고, 우주만 바라보고 있다. 룰메이커는커녕 룰테이커도 힘든 수준이 아닐지 우려가 된다.

야당은 우주항공청이 현 시점에서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언컨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야당의 주장이 반영되면 ‘붉은깃발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다분하다. 하지만, 여당의 주장이 지역이기주의의 벽에 갇힌 것도 사실이다. 경남 사천은 항공산업의 중심이지 우주개발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한반도를 넘어 우주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국운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부국강병’에 도움이 되면 주저치 않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KAI 전신의 일부인 ‘현대우주항공’도 이러한 사업 철학의 토대 위에 설립되었다.

한반도는 좁다. 우리의 활동무대를 넓히기 위해 무한한 하늘과 우주로 웅비해야 한다. 이 대업의 첫 단추인 ‘우주항공청’을 4류의 정치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힘은 ‘안보’ 등 ‘죽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에서는 ‘민생’ 등 ‘먹고 사는 문제’에 보다 많은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항공우주산업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생을 동시에 다루는 산업이다. 여야가 함께 힘을 합쳐 우주항공의 룰브레이커가 될 수 있는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한반도를 넘어 우주로 뻗어나갈 내일을 기대해본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30년 가까이 된 당시 재벌 총수의 이 말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길 바라는 건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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