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UAM 시대…”학세권? 역세권? 이제는 ‘버세권’에 주목을”

머지않은 미래에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이 착륙하는 버티포트(Vertiport) 근처를 나타내는 ‘버세권’이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의 골격을 형성하고, 토지용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도로와 철도였다. 부동산 시장에서 학세권 못지않게 역세권이 높은 가치를 가지는 이유이다.(본문 중에서)

 

전한(前漢) 시절 유향(劉向)은 <열녀전>(列女傳)에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소개한다. 맹자(孟子)의 교육을 위해 맹모(孟母)가 세 곳(묘지, 시장, 서당 근처)으로 거처를 옮긴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마지막 정착지인 ‘서당 근처’가 오늘날 ‘학세권’일 것이다.

학세권은 부동산 가치가 위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학세권, 역세권 외에 숲세권, 스세권, 병세권 등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이 착륙하는 버티포트(Vertiport) 근처를 나타내는 ‘버세권’이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의 골격을 형성하고, 토지용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도로와 철도였다. 부동산 시장에서 학세권 못지않게 역세권이 높은 가치를 가지는 이유이다.

현재 전 세계는 가히 모빌리티 혁명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모빌리티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UAM, 자율주행차, 하이퍼튜브,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UAM은 공중 이동수단으로서 미래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과 공간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부동산 시장의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이다.

UAM은 도심 상공에서 e-VTOL(Electric-powered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전기식 수직이착륙 기체)을 이용하여 여객ㆍ물류를 운송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업적 측면에서 기체 외에도 인프라, 서비스, MRO(MaintenanceㆍRepairㆍOverhaul, 항공기 정비) 등을 포함하는 초융합 산업이자 일종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UAM이 부동산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근거는 충분하다. 기존 항공기와 달리 친환경ㆍ최첨단 기술이 집적되어 수직이착륙할 수 있으므로 지금의 공항처럼 활주로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2차원 지상 교통이 갖는 고질적 문제인 도로 혼잡을 3차원 공간을 활용하여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기존 헬기와 달리 저소음으로 도심 내에서 운항하더라도 민원의 소지가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항상 도심에서 먼 곳에 있어야만 했던 공항과 달리 UAM의 도심 내 운용에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11월 3일) 전남 고흥에서 진행된 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UAM 기체인 OPPAV의 시연을 통해 UAM의 도심 운용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 개의 로터가 함께 돌면서 수직으로 이륙하고, 무인으로 공중을 선회한 뒤, 수직으로 착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UAM이 갖는 저소음 특징 또한 함께 띄워진 헬기와 함께 충분히 비교되었다.

2021년 국토교통부에서는 3단계의 K-UAM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였으며, 25년 UAM 최초 상용화를 시작으로 ‘자율비행’을 통해 UAM이 2035년부터는 안전하고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체 시장에서는 현대차, 한화, KAI 등이 2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UAM 기체는 일반 민간 항공기 안전기준(사고율 10-9 이하)과 동등 수준의 안전성 확보가 요구된다. 아울러 여러 개의 로터가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분산추진기술, 배터리 관리 및 공중충돌 방지 시스템 등의 기술개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UAM 기체가 이착륙하는 버티포트 분야에서는 기체에 대한 전력공급, 소방방재, 빌딩풍, 소음 등의 영향을 고려한 설계 및 시공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추가하여 타 교통수단과의 연계와 부동산 시장 개발 등도 주요한 연구과제이다.

운항관제 및 서비스 분야에서는 공항공사, 항공사, 통신사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객기와 달리 수백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다니는 UAM은 분산형 교통관리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도심의 고층빌딩 등 지형지물과의 충돌 가능성 차단 및 원활한 하늘길 확보를 위한 공역 관리 고도화도 필요하다.

관련하여 개발기술의 인증을 위해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미 연방항공청), EASA(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 유럽항공항안전청)를 중심으로 기체, 공역, 버티포트 등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2040년 UAM이 가져올 세계시장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는 1,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버티포트 시장은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관련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가히 적지 않은 경제 규모를 형성할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UAM 덕분에 1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23조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교통혼잡이 심한 수도권 기준 통행시간 및 사회적 비용의 약 70% 저감이 가능하며, 도시의 공중 공간 활용 및 지상 복합개발 활성화를 통해 건설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UAM 산업을 민간에서 주도하지만, 교통 서비스에서 공공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기체 개발, 교통관리, 운항관제 등 UAM 생태계 전 분야에서 국가 단위 R&D 지원이 준비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울러, 각 기업에서도 정부의 개발전략에 발맞추어 적극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버티포트 구축을 위한 인프라 분야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UAM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체 안정성, 운항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입지(초고층 빌딩, 개활지, 타 교통수단 연계)에서 버티포트 구축 및 실증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추가하여, UAM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역과 항로의 확보는 필수적이나, 우리나라는 비행제한구역 등에 관한 제약이 심해 항로 설정과 연계한 버티포트 입지 확보에 애로사항이 많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방부, 국토부, 항공청, 민간을 중심으로 가칭 “UAM 공역위원회”가 하루빨리 발족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6일에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심항공교통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4월 본격 시행된다. 도심항공교통법이 제정됨에 따라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UAM을 실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선점하는 자가 누리는 특수가 클 수밖에 없다. UAM 산업은 항공산업 외에 인프라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줄 것이다. 전략적 투자, 협력적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arly bird catches the worm”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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