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메가시티, 초일류 대한민국으로 가는 시대전략

특정 도시가 메가시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번영’과 ‘공간적 매력’이라는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하여 뉴욕, 도쿄, 파리, 런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거대도시권에서는 권역 내 도시들의 경제적 번영과 공간적 매력을 묶는 연결성이 중요하다.(본문 가운데)

기회와 위기, 도시경쟁력과 포퓰리즘

온 나라가 여권에서 던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이슈로 떠들썩하다. ‘거대도시권'(Mega-city Region)이 큰 화두가 된 것이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를 일컫는다. 거대도시권은 메가시티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대도시와 주변 도시가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물리적 공간 구분을 파괴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높인다.

거대도시권은 이번에 새로이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대체할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메가시티를 가진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성장 및 국민편의를 위해 거대도시권에 집중하고 있다. 거대도시권이 이제는 시대적, 세계적 추세가 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서울’이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경쟁력있는 메가시티가 있다. 아울러, 수도권으로 확대하자면 엄청난 규모의 거대도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서울이 갖는 도시경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2018년 10월 8일, ‘타다’ 서비스가 대중에 소개된다. 쏘카 소유의 차량을 빌리지만, 운전기사가 포함된 것이 기존 렌터카 서비스와 큰 차이점이었다. 당시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 이상이 ‘국민 편의 확대’를 위해 서비스 활성화를 원했다. 하지만, 이 혁신적 승차 공유 서비스는 2020년 4월 11일에 문을 닫는다.

타다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나가자 택시업계에 의한 반대가 거세지기 시작한 탓이다. 당시 여당 지도부를 구성했던 한 국회의원은 지역구 내 법인택시업체가 20여 곳인 터라 택시업계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한 정치 공방 탓에 혁신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백기를 들고 만다. 결국, 이 사태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서비스가 종료된 해에 공교롭게도 많은 국민이 택시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기술과 경영. 한 나라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려는 세계 최초로 화포를 장착한 전함으로 해전에서 승리한 국가이다. 우왕이 설치한 화통도감 덕분이다. 개경 상인들은 국제항 벽란도를 거점으로 송나라를 넘어 아라비아와 페르시아까지 활동무대를 넓혔다. 서양보다 200년 앞선 복식부기가 보이지 않게 큰 기여를 했다. 찬란했던 과학기술과 경영기법은 조선 세종까지 이어진다. 전성기의 정점에 과학기술의 아이돌 ‘장영실’이 있었다.

하지만, 장영실이 무너진 시점을 기준으로 조선의 국력이 급전직하로 추락하게 된다. 건국이념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이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변질된 탓이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여론 형성은 양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기술자와 경영인들은 천민 바로 위의 하층민으로 전락한다. 훗날 백성이 시체를 뜯어먹고, 관군이 아닌 의병이 외적과 싸운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다. 포퓰리즘의 끝은 망국이다.

거대도시권이 포퓰리즘에 의해 좌우될지 우려가 앞선다. 이미 국민 편의와 국익이 뒷전으로 밀린 채,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따른 저마다의 셈법에 고심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점과 약점, 연결성과 거버넌스

거대도시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대도시와 주변 도시를 잇는 ‘연결성’, 그리고 연결된 거대도시권의 효과적ㆍ효율적 운용을 위한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싶다. 연결성과 거버넌스에 중점을 두고 정책대안을 세운다면, 포퓰리즘 앞에서도 소신 있는 정책제시로 거대도시권이라는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도시가 메가시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번영’과 ‘공간적 매력’이라는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하여 뉴욕, 도쿄, 파리, 런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거대도시권에서는 권역 내 도시들의 경제적 번영과 공간적 매력을 묶는 연결성이 중요하다.

연결성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SW 측면에서는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지식정보의 초연결?초융합이 필요하다. HW 측면에서는 모빌리티 혁명이 가져올 이동시간 단축을 통한 물리적 공간의 초월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거대도시권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 및 모빌리티 인프라 확보(혹은 계획)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연결성이 중요한 것은 글로벌 동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은 지역계획협회(Regional Planning Association) 주도로 광역도시권 육성과 인접 도시 간 협력을 위한 ‘America 2050’ 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에 따른 첫 사업이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롱아일랜드 지역을 잇는 철도 터널이었다.

일본 역시 ‘국토 그랜드 디자인 2050’을 통해 도쿄 중심의 수도권, 나고야 중심의 중부권, 오사카 중심의 관서권을 거대도시권으로 설정하여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에는 ‘리니어 신칸센’이 있다. 프랑스의 ‘그랑 파리(Le Grand Paris)’ 프로젝트에서도 거대도시권에서 연결성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파리 근교를 일드 프랑스(Ile de France)로 묶고 파리와 RER(R seau Express R?gional, 지역급행망)로 연결하고 있다.

메가시티

김포시는 행정구역과 주민 생활 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세금 징수, 인프라 확충, 생활편의 개선 등 여러 면에서 왜곡된 사회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궁극적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

‘관계 인구’라는 개념이 있다.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정주 인구’와 잠깐 방문하는 ‘유동 인구’ 사이에 있는 제3의 인구를 지칭한다. 특정 지역의 상주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은 다른 지역의 상주인구를 감소시키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인식 하에 일본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정기적인 물품구입, 주말부부 등이 관계 인구의 한 유형이다.

한편, 이 관계성이 높아져 매일 지역을 오가는 출퇴근, 등하교 등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김포시 인구의 약 13%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다. 적지않은 주민들이 서울시에서 수입을 창출하지만, 거주하고 있는 김포시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에서 보듯이 교통인프라 확충이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혐오시설까지 유치해야 한다. 이 외에도 교육, 치안 등 여러 면에서 부당함과 불편함이 불가피하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생활 구역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거대도시권을 운용하는 거버넌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소모적 행정, 갈등 관리 등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생활 구역과 행정구역의 일치를 통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독일은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등 11개 광역 대도시권(메트로폴레기온)을 지정한 데서 행정구역과 경제구역의 불일치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영국은 9개 광역권을 형성해 권역별 특성에 맞는 광역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도 런던을 중심으로 한 거대도시권에 큰 기대를 걸고 ‘런던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타지역 대비 런던을 포함한 거대도시권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해 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상하이 중심의 장강 삼각주, 선전 중심의 주강 삼각주, 베이징 중심의 징진지 프로젝트도 거대도시권의 일환이다. 이 사업에서도 상하이, 선전, 베이징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대한 정치, 행정, 경제, 치안 등 제 분야에 대한 강력한 거버넌스를 특별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거대도시권, 국민 편의와 국익 향상 위한 혁신돼야

거대도시권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대적, 세계적 추세가 국가경쟁력보다는 도시경쟁력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다 사태처럼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는 시대적, 세계적 혁신이 포퓰리즘에 의해 무너지는 퇴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가 포퓰리즘으로 끝나지 않고 혁신의 발판이 되면 좋겠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수도권은 모빌리티 외에도 정보통신에서도 우수한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생활 구역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는 거대도시권의 거버넌스를 저해하는 큰 장애물임에 분명하다.

철저한 SWOT(강점, 약점, 기회, 위기) 분석을 토대로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정책이 구체화되길 소망한다. 국민편의와 국익향상을 명품 거대도시권에서 그려본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제러미 벤담이 일찌감치 던진 말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