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로봇 친화형 건축물’이 가져올 미래 대비 어떻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각각의 주장에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더해지지만 좀처럼 결론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축물에 적합한 로봇을 만들까? 로봇에 적합한 건축물을 지을까? 당연히 전자가 맞다. 우리 시대에는 이를 반박하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하지만, 먼 미래에는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설 수 있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등장 때문이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한다. 로봇이 건축물 안팎과 도시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에 의한 서비스 제공에 건축물이 갖는 한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로봇 운용에 필요한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며, 로봇과 교감하는 제어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이 누려온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에서는 로봇을 고려하지 않았다. 건축물에서 로봇이 이동하면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건축물 안에서 로봇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부딪치는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령 계단, 엘리베이터, 출입문 등은 건축물 안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데 커다란 제약사항이다.
건축물에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버려야 할 때다. 이제는 거꾸로 로봇이 잘 활용될 수 있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시장 전망도 밝다. 지금까지 로봇의 주요 사용처는 산업현장이었다. 한편, 조만간에 건축물에서 운용될 서비스 로봇 시장이 산업 로봇 시장 규모를 능가할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 기업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Brandessence Market Research & Consulting)’에서는 2027년 건축물에서 사용될 서비스 로봇의 시장 규모를 약 185조원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연평균 성장률은 20%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절벽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서비스 로봇의 시장 확대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서비스 로봇이 건축물에 활발히 적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스마트+빌딩 얼라이언스’를 구성하여 기업과의 협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차에 건축물 내 로봇, UAM,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기술 활성화를 위해 인증제도 수립과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서비스 로봇 생태계 구축에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이미 2021년 ‘로봇규제포럼’을 발족했다. 그리고 작년 6월부터는 민간협의체와 함께 규제요소를 적극 발굴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을 장관이 선봉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계에서 주차로봇, 전기차 충전로봇, 배송로봇, 청소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신축 건축물 사업에서도 로봇 친화형 건축물은 이제 선택을 넘어 점차 발주처의 필수적인 요구로 옮겨가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면이 있다. 우선 서비스 로봇의 실증 환경에 대한 정부 혹은 공공차원의 지원이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로봇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실증 건축물 구축이 필요하며 이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공동주택의 경우, 실증을 위해 입주민을 하나하나 설득시켜야 하는 허들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차로봇을 들 수 있다. 주차로봇은 기계식 주차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으나 정작 공동주택에는 현행법상 기계식 주차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공동주택에서 주차로봇을 사용하는 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며 로드맵에도 반영하였다. 다만 법제화를 위해 업계의 기술 실증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한두 푼이 아닌 건축물이라는 실증환경을 업계가 부담할 판이다. 서비스 로봇 도입을 위한 공공의 실증환경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음으로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민간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상향, 건축면적 제외 등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통해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게 되면 용적률 상향이라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기까지 투입되는 추가적인 비용을 용적률 상향으로 상쇄시켜 준 것이다. 로봇 전용공간의 할애, 로봇 시스템 도입 등 첨단 건물인 로봇 친화형 건축물의 구축비용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민간이 이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투입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다른 산업에서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속도에 비하면 건설산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로봇 친화형 건축물은 건설산업에서도 첨단기술의 실적용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하이테크 건축물의 등장을 가속화시켜 건설산업이 혁신 기술 적용의 모범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건축물에서 인간의 생활편의를 향상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안전과 보안의 수준을 높이는 등 여러 순기능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다.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건축물과 로봇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 다투는 미래를 그려본다.
“세계의 역사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아널드 쇤베르크>
오늘도 앞서간 건축 정보를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혜안이 있으신 상무님께서 계신 부서에서 업무 하는 직원들은 정말 축복 받았습니다 ^^ 저도 소속 팀원이 되어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