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하마스의 ‘가자 메트로’ 구축과 이스라엘의 늦은 반격

하마스 지하터널

1. 이스라엘이 어떤 군사과학 기술로 UGF작전 펼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한국 시각으로 오늘 저녁 7시까지 대피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은 지 이레가 지난 시점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무자비한 보복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난 몇 차례 중동전에서 이스라엘이 보여준 즉각적 대응과 달리 이번 반격은 상당히 늦은 시점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지하에 파놓은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 불리는 터널 때문일 수 있다. 총길이가 약 500킬로미터에 달하며, 지하 30미터에 그물망처럼 구축되어 있다.

곳곳에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어 지상군의 투입이 쉽지 않다. 아울러, 하마스는 자체 생산이 가능한 자살용 소형드론과 함께 3만여 명의 병력이 이곳에서 게릴라식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UGF(Underground Facility, 지하 시설) 작전을 위한 공병부대인 야아롬(Yahalom)과 군견을 운용하는 부대인 오켓즈(Oketz)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격에서는 이마저도 운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이곳에 억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에게는 억류된 자국민 안전과 구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첩첩산중의 임무가 놓여있다.

북한 지하 갱도 <사진 이데일리>


2. UGF 작전의 악명과 북한군 역량

UGF 작전의 악명은 이미 베트남전쟁에서 널리 알려졌다. 미군을 상대로 기습공격을 가하기 위해 만든 땅굴인 ‘구찌 터널’ 때문이다. 총길이가 200킬로미터에 달했으며, 지하 3층까지 구축된 전천후 지하 요새였다.

미군은 구찌 터널을 파괴하기 위해 B-52 폭격기로 30만 톤의 폭탄을 퍼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체가 작은 병사들로 구성된 ‘터널 쥐(Tunnel Rat)’ 부대까지 창설했다. 터널 내부에 대한 소탕 작전을 펼쳤으나, 부비트랩 등으로 인해서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중동사태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은 북한군이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수가 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북한군은 5천여 톤의 화학무기와 규모 추정이 불가능한 생물학 무기의 상당 부분을 지하 시설에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지하 시설은 가자 메트로와 비교할 수 없는 더 민감하고 어려운 전장이 될 것이다.

육군 드론봇 전투단


3. UGF 작전에 대비하는 군사과학기술

UGF 작전을 위해 미 육군은 교리발전과 교육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美 국방고등연구계획국) 등을 중심으로 군사과학기술을 활용한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하임무용 무인드론과 로봇의 개발이다.

UGF 작전에서는 외부에서 화력, 정보 등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투입부대는 자체의 자산과 역량만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만지는 것은 모두가 부비트랩이며, 만나는 것은 모두가 적인 상황에서 전장의 불확실성 제거는 군사과학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에서도 UGF 작전에 관한 기술 연구, 교리개발 및 교육훈련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UGF 작전을 위한 기술군 중심의 전담부대를 특수기동지원여단 예하에 창설했다. 하지만, 공병, 정보통신, 화생방 등을 중심으로 한 소수 병과의 목소리가 우리 군 지휘부에 힘 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나름의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 함정, 자주포, 전차 등의 방산 쇼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북한은 4대 군사노선의 목적으로 전 국토를 요새화시켰다. 여기에 비인도적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를 연계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UGF 작전을 무조건 강요해 올 것이다. 가자 메트로에서 벌어질 전투는 남의 일이 아니다. UGF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의 보여줄 군사과학기술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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