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메가시티 잇는 하이퍼루프,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생존인가 번영인가”‥’만리장성’과 ‘로마가도’
만리장성 축조는 북방민족 침입을 막기 위해 전국시대 초(楚)나라부터 시작하여 명(明)나라까지 이어진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그 대부분은 진(秦)시황이 기원전 220년부터 시작하여 완성한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쌓았던 만리장성은 주변 세력과 단절하여 고립을 자초한 원인이 된다.
로마가도는 기원전 300년 무렵부터 로마 군단의 빠른 이동을 위해 구축한 것이다. 이후 물류 이동에 문화 교류의 기능까지 더해진다. 이는 로마제국이 주변 세력과의 융합을 가능케 하였으며, 또 번영의 기틀이 된다.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전략
이낙연 前 국무총리가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마감하면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지정학적 운명과 혼돈의 국제질서 가운데 우리나라가 국가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국방력 강화를 포함한 대외관계, 외교전략 등을 제시했다.
국내정치와 국제외교가 극단으로 치닫는 작금의 상황에서 오랜 정치 경험과 숙성된 연구 성과가 녹아있는 시의적절한 제안에 공감되는 바가 컸다. 다만 현 정세를 위기로 인식하여 수세적 대응, 즉 생존에 중점을 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기서 발상을 전환해 보자.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양과 대륙 세력이 부딪히는 한반도를 달리 보면, 우리나라에게 생존을 넘어 번영을 이룰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공세적 대응, 즉 번영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선 생존을 위한 정치ㆍ외교에서 번영을 위한 과학ㆍ기술로 바통이 넘겨져야 한다. 다행히 실행가능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메가시티’, 우리는 한반도가 갖는 공간적 매력을 활용해야 한다.
번영의 틀, 메가시티 연결을 위한 하이퍼루프
최근 여권에서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이라는 이슈를 던졌다. 이에 질세라 야권에서는 ‘5극(極) 3특(特)’을 제안했다.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우려가 없지 않지만, 정책제안이 발전에 발전을 더하고 있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메가시티에 더하여 부산ㆍ울산ㆍ경남, 대구ㆍ경북, 세종ㆍ대전ㆍ충청, 광주ㆍ전남의 공간적 매력을 살려 메가시티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도시경쟁력을 강화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 국가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메가시티의 핵심은 연결성과 공간적 매력이다.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에서는 GTX 등을 중심으로 연결성이 확보되고 있다. 지방의 메가시티는 자체적인 연결망을 구축한 후 그 축을 중심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메가시티 간 연결도 중요한 도전과제이다. 기존 항공기, KTX를 넘어서는 초격차(超格差) 연결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이퍼루프(Hyperloop)를 제안한다. 하이퍼루프로 국내 메가시티들을 연결하고, 나아가 북경∼서울∼부산∼동경, 블라디보스톡∼서울∼광주∼상해 등을 이어야 한다. 韓ㆍ中ㆍ日 연결은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이 되어 반만년 역사에서 누리지 못한 번영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팍스 코리아나’ 위한 하이퍼루프, 그러나…
하이퍼루프는 초음속을 뜻하는 하이퍼소닉(Hypersonic)과 순환고리를 뜻하는 루프(Loop)의 합성어이다. 2013년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언급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수송체인 캡슐이 튜브 내부를 음속에 가까운 시속 1,200km로 달린다. KTX보다 4배가 빠른 속도이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궤도를 달리는 대신 튜브 내부를 달리므로 철도와 함께 궤도 운송수단으로 분류된다.
튜브 내부는 캡슐이 공기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아(亞)진공, 즉 진공에 가까운 1,000분에 1기압 이하를 유지한다. 튜브 내부를 달리는 캡슐에는 전자석을 이용하여 캡슐을 공중에 띄우는 부상기술, 선형동기모터를 이용하여 캡슐을 이동시키는 추진기술, 캡슐의 기밀성이 확보된 고효율 차량기술, 고효율 대용량 전력시스템, 무선통신 및 신호시스템, 그리고 캡슐이 달리는 기밀성이 확보된 친환경 저비용 튜브 등의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사업추진을 위한 타당성 평가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이탈리아는 2026 동계올림픽에 맞춰 베네치아와 파두와 사이의 40km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HTX(Hyper Tube Express)를 필두로, 건설기술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관련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전라북도 새만금에 2032년까지 약 9,000억원 규모의 12km 구간 하이퍼루프 시험사업이 있었지만, 최근 정부가 경제성과 시급성 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을 탈락시켰다.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하이퍼루프가 가져올 사회ㆍ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서울ㆍ부산 간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면, 직접적 경제효과는 약 30조원, 일자리 창출은 약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철도연구원은 전망했다. 이 외에도 타 산업군에 약 10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며, 항공기와 차량의 수요 대체로 이산화탄소 저감도 기대할 수 있다.
메가시티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전 세계가 메가시티에 기반한 도시경쟁력을 통해 국가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속 장거리 미래 모빌리티인 하이퍼루프를 개발한다면, 국내를 넘어 동북아 메가시티 간 중심이 될 수 있는 연결망 구축을 선도할 수 있다. 이는 자연히 한반도가 갖는 공간적 매력을 배가시킬 것이며,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중심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하이퍼루프로 잇는 메가시티는 위기가 아닌 기회의 출발점이며, 생존이 아닌 번영을 위한 시대전략이다. 메가시티의 화두는 이미 던져졌지만 하이퍼루프 연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전환을 기대하며, 동북아 메가시티가 하이퍼루프로 연결되고 그 중심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번영을 그려본다.
Omnes viae Romam duc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