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지속가능 메가시티, 모빌리티 혁신이 필수

이미지 <연합뉴스>

도시화 문제, 도시에 독소가 쌓이다

美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수면 부족을 질병으로 간주한다. 불안감, 우울증,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GDP를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노동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피로와 졸음 등은 노동생산성을 4.5∼6%까지 저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폐가치로는 근로자 한 명의 시간당 1,800∼2,500원 가량의 손실이다. ‘잠은 보약’은 틀리지 않았다. 수면을 통한 심신 회복이 인간의 건강과 신체활동에 필요하다. 슬립테크(Sleep-tech, 수면을 돕는 하이테크 기술) 시장이 급성장하는 까닭이다.

도시공학에서는 도시를 일종의 생명체로 간주한다. 생성되고, 성장하며, 번영하고, 쇠퇴하여 소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도시, 즉 공간적 매력이 넘치는 도시가 되려면 회복이 필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체에 독소가 쌓이듯, 도시가 회복되지 못하면 교통체증, 환경오염, 생활폐기물 축척 등과 같은 도시화 문제가 발생한다.

수위도시(Primary City, )는 인구가 많거나 주변 도시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도시를 일컫는다. 종주도시(Primate Urban, 宗主都市)는 인구가 두 번째 많은 수위도시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도시이다. 1939년 美 지리학자 마크 제퍼슨(Mark Jefferson) 주장에 따르면, 종주도시에서는 인구, 인프라 등이 집중되어 각종 도시화 문제가 야기된다.

메가시티는 종주도시와 수위도시 등을 잇는 일종의 거대도시권이다. 당연히 도시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시화 문제를 방치하면 메가시티의 공간적 매력을 떨어뜨려 도시경쟁력을 저하한다. 이는 메가시티에 대한 부정적 의견에 힘을 더해주는 근거가 되곤 한다.

<사진=수원시청>


스마트시티, 도시 회복을 위한 슬립테크

인간의 수면을 위해 슬립테크가 등장하듯, 도시의 회복을 위해 스마트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교통, 환경, 에너지, 도시기반시설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하이테크 기술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

세계 주요 도시의 스마트도시화 수준을 가늠하는 ‘Global Index Report’에 따르면, 서울은 최고 수준의 스마트도시이다. 메가시티 서울이 뉴델리, 베이징 등과 달리 도시화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유이다.

이 보고서에서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12가지 미래 기술을 제시한다. 퓨처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생활밀착형 로봇, 무선 가치 실현, 스마트 보안, 메타 트윈 등이다. 이 가운데 필자는 도시 회복의 측면에서 자율주행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에 의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확신한다.

자료 연합뉴스


도시의 디톡스, 자율주행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

인체는 혈관을 통해 영양소와 산소가 공급되고, 아울러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해야 한다. 모빌리티 역시 메가시티 곳곳에 사람, 물자 등을 이동시킨다. 또한, 메가시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화 문제들을 자율주행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보스턴컨설팅은 자율주행자동차가 대중화되면 차량 수 8∼59%, 교통사고 55∼87%, 오염배출량 23∼35%, 주차공간 5∼54%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기능 유지에 필요한 물류 배송이 자율주행자동차를 통해 야간에 이루어진다면, 교통 체증의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야간에 생활폐기물 처리, 도시 정화, 범죄 예방 등이 사람의 손길이 없이 가능할 것이다. 자율주행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은 도시화 문제의 디톡스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다.

모빌리티 혁신의 한계와 도전

한편,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가 녹록지 않다. 포드와 폭스바겐의 합작회사 아르고 AI가 폐업했고,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집단 소송을 당하고 있다.

다양한 사고위험이 존재하는 도로 환경에 대한 대응이 여전히 자율주행자동차에 쉽지 않다. 정상적인 주행환경이 아닌 예상치 못한 상황, 소위 ‘엣지(Edge)’ 경우에 대한 대응에 기술적 한계를 보인다. 엣지 경우에서도 안전 주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자율주행자동차가 인간 운전자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프라 중심의 해결책이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인프라가 서로 협력하는 ‘자율협력주행도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단독으로 주행하는 것보다 더 높은 주행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V2X(차량 ‘V’와 차량에 영향을 주는 물체 ‘X’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활동) 통신기술을 활용해 인프라와 교통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여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美, 中, 日 등의 선도국에서는 자율협력주행도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일반차량과 자율주행차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자율주행전용도로’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차량과 인프라가 정보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엣지 경우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일반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는 서로 다른 통행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주행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포드, 구글, GM, BMW, 토요타 등은 미국 미시간 주를 지나는 I-94 고속도로에 1천만 달러 규모로 자율주행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중국은 항사오융 고속도로, 일본은 신토메이 고속도로에 자율주행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율협력주행도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자율주행전용도로의 구축에 열을 올리는 모빌리티 혁신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서울, 모빌리티 혁신의 롤모델이 되자

서울특별시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일대와 청계천 변, 강남 테헤란로 등에서 로보택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베이징 등의 경쟁 도시들에 비해 진척 속도가 더딘 편이다. 정보통신기술 강국의 DNA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모빌리티 혁신이 가져올 경제적, 사회적, 산업적 효과 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메가시티가 갖는 도시화 문제에 있어 모빌리티 혁신이 가져다줄 디톡스 기능은 도시의 회복을 통해 메가시티가 갖는 공간적 매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우리는 복용 즉시 아픈 곳이 치유되는 명약을 원한다. 하지만, 아프기 전에 충분한 회복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으뜸이다. 마찬가지로 도시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충분한 회복을 통해 건강한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다소 침체한 모빌리티 혁신, 즉 자율주행자동차, 자율협동주행도로, 자율주행전용도로 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기대해 본다.

“목욕과 한 잔의 와인, 그리고 ‘숙면’은 슬픔을 누그러뜨린다.”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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