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DMZ①] ‘전쟁의 상흔’에서 ‘번영의 터전’으로

DMZ 비무장지대 지도 
한국전쟁 발발 74년…한반도 허리를 가르고 있는 DMZ(비무장지대)는 말없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휴전 71년 남북한은 일면 대화 속에서도 갈등은 여전하다. DMZ,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아시아엔>은 육사교수 시절 DMZ 현장을 횡단하며 ‘활용법’을 연구한 박영준 현대건설 상무의 글을 세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전쟁의 상처’에서 ‘번영의 터전’으로 가꾸자”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완충지역이다. 휴전선을 연하여 남북 2km까지를 DMZ로 지정하였지만, 여러 이유로 거리 유지 및 비무장 준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가고픈 곳이 DMZ라고 한다. 언뜻 듣기에 다소 의아하겠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한때 국제뉴스에서 북한이 남한보다 자주 등장했던 것처럼 서울보다 DMZ가 더 유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DMZ는 세계 최고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번영의 터전’이다. 70년 넘는 분단으로 인해 한탄강 주상절리, 철원 두루미 서식지, 두타연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생태환경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아울러, 궁예 철원성, 노동당 당사, 통일전망대, 땅굴 등 역사와 안보와 관련한 우수 관광자원이 곳곳에 널려 있다. 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최고조로 맞닿아 있는 곳이어서 숱한 국제기구가 주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를 알기에 노무현 정부의 ‘DMZ 평화생태공원’, 이명박 정부의 ‘DMZ 생태공원’, 박근혜 정부의 ‘DMZ 세계평화공원’, 문재인 정부의 ‘DMZ 평화의 길’ 등 DMZ 활용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추진속도에서 완급은 있었으나, 정파를 떠나 중단 없이 꾸준히 이어져온 사업이다. 필자는 번영의 큰 터전인 DMZ의 활용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 하나의 민족이기에 함께할 수 있는 북한과의 협력, 그리고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 사회의 노력 : 경계는 분리하고, 자연은 연결한다

통상 TV에 자주 등장하는 철책선, 즉 남방한계선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군사분계선, 즉 규정상 휴전선에서 2km 남쪽에 떨어져 있다. 민간인들은 남방한계선에서 5~15km 남쪽으로 더 떨어진 민간인통제선까지 갈 수 있다. 민북지역, 즉 민간인통제선에서 남방한계선까지는 관할 군부대로부터 허가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 한편, 남방한계선을 넘어 DMZ 출입은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 지역으로 민간인이 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입이 어려운 민북지역만 해도 미지의 세계로 보이니,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DMZ는 신비의 세계로 보일 만도 하다.

독일에는 DMZ의 미래모델이라 할 수 있는 ‘그뤼네스 반트’(Grünes Band)가 있다. 독일 통일과 함께 동서독을 갈라놓았던 경계지역에 다시 태어난 유럽 최대의 생태보전 지역이다. 우선 최북단 발트해에서 시작하여 최남단 체코 국경까지 이어진 철조망이 걷어졌다. 다음으로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여기저기 매설된 지뢰가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 끝으로 무장군인들이 오가던 순찰로가 방문객들이 거니는 탐방로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그뤼네스 반트는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변화시켜 극찬 받은 사업이다. 또한 생태적 보전 이외에 살펴야 할 것은 이 사업이 독일 통일에 있어 정부가 아닌 민간이 이바지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이다. 통일 이후에도 분트 중심의 보전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간이 선도하는 사업에 정부기관인 자연보전청(Bundesamt für Naturschutz)과 지자체가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독일에는 DMZ의 미래모델이라 할 수 있는 ‘그뤼네스 반트’(Grünes Band)가 있다. 독일 통일과 함께 동서독을 갈라놓았던 경계지역에 다시 태어난 유럽 최대의 생태보전 지역이다. 우선 최북단 발트해에서 시작하여 최남단 체코 국경까지 이어진 철조망이 걷어졌다. 다음으로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여기저기 매설된 지뢰가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 끝으로 무장군인들이 오가던 순찰로가 방문객들이 거니는 탐방로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그뤼네스 반트

우리나라 DMZ에는 그뤼네스 반트 이상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다. 서해안 강화에서 동해안 고성까지 이어진 길이 248km의 생태 띠에는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이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다. 겨울에는 두루미, 여름에는 저어새가 DMZ를 찾는다.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만 101종에 달한다. 원시림에 가까운 향로봉 일대, 우리나라 유일의 용늪이 있는 대암산 정상부,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한탄강의 주상절리, 끝없이 이어진 추가령구조곡, 드넓게 펼쳐진 철원평야, 한강과 임진강의 자연하구 등이 만드는 동서 생태축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또 하나의 생태축인 백두대간과 교차한다.

우리는 독일을 교훈삼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운동에 대한 새로운 장(章)을 써내려갈 때를 맞이했다. 그 대상이 DMZ 생태공원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DMZ 생태공원,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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