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에 ‘기생충’ 말고 ‘1917’도 있다···문대통령 관람을 권함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봉준호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기까지 가장 근접한 경쟁 작품이었다는 ‘1917’을 보았다.
그런데 왜 이런 작품이 거기까지 올라갔는가에 의문이 들었었다. 전쟁의 참혹을 고발하는 것인가? 이 영화가 새삼스러운 이유가 무엇인가?
유럽에서는 세계 1차대전이 끝난 이후 많은 전쟁 고발 영화가 만들어졌다. 1916년 솜 전투에서 한 시대를 짊어져야 할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의 정영精英들이 기관총탄의 밥이 되는 전쟁은 그동안 유럽이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저지른 업보業報다.
독일에서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도 이를 고발한 것이다. 세계 2차대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패튼’(Patton), 멀고 먼 다리(A bridge too far), ‘유황도의 모래’ 등이 나왔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인천상륙작전과 흥남철수작전이 주로 소재가 되었다. 베트남전의 ‘Deer hunter’에서는 사람 목숨이 1/6의 요행으로 결정되는 ‘러시안 룰렛’이 나와 ‘해서는 안 되는’ 전쟁임을 부각시켰다. 2차대전 전쟁영화 주역 중 하나이던 헨리 폰다의 딸 제인 폰다가 반전여론을 일으키던 시절이다.
9.11 이후 아프간전쟁에 대해서 많은 영화가 나왔는데 미군은 누구도 감히 상대해서는 안 되는 강군임을 부각시킨다.
우리는 1960년대 ‘빨간 마후라’와 함께 근래 ‘고지전’과 ‘국제시장’이 만들어졌다. 이때를 기억하고 있는 분은 100세의 백선엽 장군뿐이다. 군 출신 가운데 백병전을 겪은 군인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70대 중후반 나이에 접어든 월남전 참전 보병장교 중 일부나 체험했을 것이다.
오늘날 군부대에서는 많은 훈련이 있고 과학화 훈련장도 있지만 훈련은 어디까지나 근접한 가상이다. 피가 터지는 전투는 아니다. 전투가 아무리 가열苛烈하더라도 부상자는 즉각 후송되며, 피해는 있어도 패전의 우려는 없다.
미군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세계 어디에서는 전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전문 직업군 미군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17’도 감상해 보았으면 한다. 흥남에서 철수한 집안의 자손인 문 대통령은 ‘Chosin few’라는 말을 아는가? 1950년 11월말에서 2주 동안 미 해병대의 장진호전투를 그린 말이다. ‘후퇴’를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의 공격’이라고 외치는 사단장 스미스 소장의 투혼도 빛났지만, 영하 20도의 엄동설한에서 중공군에 포위된, 후퇴하는 해병들은 ‘산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전투였다.
군우리의 2사단 전투와 더불어 장진호에서 해병대의 패배로 맥아더의 영광과 세계최강 미군의 위엄이 무참히 부서졌다.
영화 ‘1917’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중공군과의 금성전투, 백마고지 전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